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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Jul 14. 2024

[초보 팀장의 일기] 아, 다른 부서랑 일하기 힘드네!

연구소만 있을 때가 좋았지.

회사가 작을 때는 연구소만 있어서 좋았다. 연구소 내 분석팀, 공정팀이 다였고, 임상개발센터가 생겼을 때도 크게 부딪칠 일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는 팀원이었으니 팀 안에서 주어진 일을 잘하면 될 뿐이었다. 팀원이었을 때는 일정 기간 내에 주어진 일을 해내고,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면 그만이었다. 다른 부서나 팀과 함께 일할일도 없으니 정말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됐었다.


회사가 커졌을 때도 크게 변화는 없었고, 여전히 팀장님이 나에게 던져준 일만 그 테두리 안에서 해내면 될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팀장이 되니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 팀이 해야 할 일들을 찾아서 (혹은, 눈치껏) 제안하고 보고해야 했으며, 그에 근거하는 가이드라인이나 문헌을 참고해야 했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주변에 조언을 구할 사람도 많았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다른 부서와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부서 간 근무지가 멀기도 했고 자주 볼 일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이 어려웠달까. 내가 근무하는 곳은 연구소였기 때문에 대부분 우리에게 부탁하는 일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요청이 오거나 단순히 손발이 되어주길 바라며 매우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경우는 기분이 나빠서 참을 수 없었다. 감정이 상할 것 같은 일에는 관여하지 않고, ‘알아서 해라. 팀장이 책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상황을 무시했던 나의 태도가 내가 팀장이 되고 나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회사 측면에서 볼 때 나의 행동은 업무 진행을 방해하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이어져서 문제가 될 뿐이었다.


그때, ‘다 때려치우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팀 안에서 팀원으로 일할 때, 그 테두리가 얼마나 안전하고 좋았던지 깨달았던 순간이기도 하다. 올해 초 3개월 동안 다른 부서와 일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감정적으로 대하기도 했고, 업무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며 해당 팀 팀장과 얘기를 나눠본 경험도 있다. 마음속에서는 '정말 내 편 하나 없고, 거지 같다. 나 혼자 이 싸움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 시간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내 자리를 대신했으면 더 잘했겠지.’ 생각하며, 비교하고 자책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시간은 가고, 결국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정말 맞지 않으면, 부딪히지 않는 게 최선이다. - 무조건 정답이다. 최소한의 선만 지키며, 싸우지 말고 얼굴 붉히지 않고 지내야 한다.

2. 회사는 내 능력(경험, 지식, 소통 능력)으로 살아남는 곳이다. - 자기 계발, 공부는 끝이 없는 것.

3. 위 1번과 연결되는 내용인데, 상사에게 시스템 변화를 요청하거나 부딪히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요청할 줄 알아야 한다. - 요구를 들어주는 것과 상관없이, 나의 상황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알리기.

4.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아야 한다. - 때려치우는 건 답이 아니다. 나는 배드민턴을 시작하며 회사 생활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 있다.

“Everything is happening FOR you, not TO you."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자책하지 말자. 성장과 배움의 발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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