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기업 안에서 험담, 정치, 경쟁, 평가 등으로 긴장상태를 살아갔다. 그리고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대기업 문화에서 비롯된 커리어 단절에도 언제나 불안했다. 직간접적 이유로 우울함이 삶에 만연했는데 서서히 일어난 일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 오래 방치했다. 나는 종종 숨 막히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장거리 여행지를 골라 비행기에 숨곤 했다.
해외여행을 가서 여행지를 즐기는 것보다 모든 연락 수단으로부터 차단되어서 먹고사는 걱정 없이 사육당하는 비행기 안에 갇히는 것이 제일 기대되었다. 비행기 안은 걱정 없이 행복했다. 때가 되면 밥이 나오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고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 수 있고.. 나에겐 합리적인 연락두절의 이유도 갖춰져 있었다.
요즘은 다행히도(?) 전처럼 비행기가 좋지 않다. 이제는 이코노미 좌석에 구겨진 몸이 뻐근하다는 것. 기내식은 썩 맛이 없다는 것. 비행기의 멀티미디어는 썩 재미없고 화질도 별로라는 것. 등등 불만의 요소들이 보이고 느껴진다.
마음이 편하니까 이제는 몸이 불편한 게 더 느껴진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