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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Jul 27. 2023

당신의 수학 문제집은 집합 파트만 너덜너덜했다.

두 번째 교육 봉사 후기


두 번째 교육 봉사를 다녀왔다. 이날은 조금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봉사 시간을 착각한 것! 5시 30분 시작인데 5시 시작인 줄 알고 30분 동안 멀뚱멀뚱 앉아있었다.



오늘 쉬는 날인가 봐~
일찍 저녁 먹어야겠네 흐흐흐


1) 어째서 이런 일이

 이렇게 혼자서 저녁 메뉴를 상상하면서… 놀고 있었다. 사서 선생님께서 왜 이리 일찍 오셨냐고 물으신 뒤에야 내가 시간을 착각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선생님이 충격적인 말을 건네셨다.


고등학교 수학도 할 수 있으시죠?


(…)

지난주에 중학교 3학년 친구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며 얼마나 덜덜 떨었던가. 그래도 한 주 해보니까 살짝 적응돼서 다행이라 생각하던 찰나에 이번 주는 더 업그레이드됐다. 고등학교 수학이라니! 고1 수학이라니! 나는 티가 나도록 답을 머뭇거렸다. 차마 호기로라도 “그럼요^^“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물론 선택지는 없었다. 봉사 교사가 지도 학생을 선별해서 받는다? 내가 만약 학생의 입장이 된다면 정말로 불쾌했을 것이다. 학생이 내 곁으로 와 앉으면, 최선을 다해 가르쳐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난 ‘봉사‘를 하러 온 거지 놀러 온 게 아니니까.



그리하여 이번에는 고1 친구를 가르쳐주게 됐다. 사서 선생님께서, 학습 전에 학생에게 “사적인 질문은 하지 마. “라고 주의를 주던데 속으로는 아쉬웠다. 사적인 질문이 완전 땡큐라서…. 학생들과 조금 친해지고 싶었.. 달까(쑥스)



2) 수학은 역시 ‘집합’이다

친구는 2학기 수학을 예습하기 위해 새 교재를 구매해 왔다. 모든 페이지가 구김 없이 판판한 문제집을 보니 왠지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고교-수학(하)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모골이 송연…


첫 단원은 집합이었다. 특이한 게, 라떼는~~ 집합이 1학기 수학의 첫파트로 나왔는데 요즘은 교육과정이 바뀐 건지 2학기 교재에 있더라. 세월이 많이 변했구나.라고 혼자 쌉쌀한 감상을 하면서 교재를 서둘러 살폈다.


 

집합. 우리를 수학에서 구원’할 뻔’한 과목. 수학의 첫인사. 수학의 악수. 수학의 첫사랑. 수학의…! 집합이란 그런 것이다. 갓 고교생이 됐던 우리들이 “이제 공부 열심히 할 거라고!”라는 열의를 갖고 만났던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당신도 <수학의 정석> <개념원리> 교재의 집합 파트만 너덜너덜하지 않은가? 나만 그렇다고 하지 말아 주라. 부끄럽다.


오래전에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집합은 기억이 조금 났다. 부분집합, 공집합, 유한집합, 무한집합… 답지와 교재의 설명을 곁눈질해가며 친구를 가르쳐주었다. 친구는 내가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를 잘 풀어갔다. 조금 안심이 됐고, 봉사활동이 주는 오묘~한 성취감이 느껴졌다.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았다는, 뭐 그런.



3) 집합 뒤에 뭐가 있는지 아시나요?

다음 주에 이 친구를 또 만나게 된다면 어떤 내용을 가르쳐줘야 할지 미리 > 각오 < 하기 위해 이후 단원들을 살펴봤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명제! 파트가 있었다. p는 q다, q는 r이다, 고로 p는 r이다. 상기의 명제는 참인가? 이런 문제 수학시간에 풀었던 거 기억나시죠.



술술 페이지를 넘겨보니 과거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내가…. 어디서부터 수포자가 됐더라(ㅋㅋ). 깜지에다가 수학문제 풀이과정을 열심히 적으면서 어떻게든 4점짜리 문제를 풀고자 노력했던 내가 보였다. 봉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조금 더 수학을 열심히 할걸- 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시간을 되돌린다면 역시나 안 할 것 같다^^ 국어랑 영어가 최고다!



이상 두 번째 교육봉사도 마쳤다. 고등학교 수학, 무서웠지만 수업을 잘 끝내서 보람이 느껴졌다. 스스로에게 보상으로 타꼬야끼를 사주었다. 보람된 노동을 하고 먹은 타꼬야끼는 평소보다 더 맛있었다. 문어 말랑말랑~


다음 주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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