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읽고 쓴 독후감
최근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필력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머리에 생각은 많은데 다 표현하지를 못하는, 또는 생각나는 대로 너무 많이 적어서 난잡해지는 내 글을 보면서 글쓰는 방법을 다룬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 받았거나 이전에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먼저, 크레마 클럽을 뒤적거리던 중 책 제목이 눈에 띄었다. 한창 글을 쓰고싶은 마음이 있던 나에게 '쓰고, 쓰고, 쓴다'며 세 번이나 '씀'을 강조한 제목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익숙한 작가명도 관심을 끌었는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재미있게 읽었었고, 무엇보다 내 이름도 '김호연'이기 때문에 눈길이 안갈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호연 작가의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는 내가 읽고 싶었던 글쓰기 책이라기보다는, 글을 쓰며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제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글쓴이가 무명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이 책에서 솔직하게 풀어냈다.
"영화 일에 늘 갈급하면서도 출판사에서 자리 잡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혹독한 시나리오 작가의 현실과 습작 지옥을 다시 경험하기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노 샘은 술을 많이 드셨고 나는 시나리오 쓰는 법을 잊어 가고 있었다.(책 중)"
작가의 삶은 멀리서 보면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보일 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무명시절의 글쓴이는 그런 삶을 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안정적인 삶이 주는 안락함을 느끼기 시작한 작가는 점차 글쓰기와 멀어져갔다.
"실패다. ... 2년간의 전업 작가 도전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책 중)"
마음 다잡고 다시 도전한 작가의 삶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작가는 명확하게 '실패다.'라고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짧은 문장으로 표현했지만, 이를 인정하기 위해 작가에게는 많은 고민과 미련이 있었을 것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기에.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나는 더 이상 다른 일을 하고는 살 수 없는 팔자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망했고, 망가졌고, 지독하게 좌절해 포기한 그 글쓰기를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글 쓴 환경이 살짝 갖춰진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두근대고 머리가 맑아지며 손이 근질근질해졌다.(책 중)"
실패를 경험했던 작가는 나름 안정적인 곳에 다시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주하는 안정적인 삶은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 여기서 안주하며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도전할 것인가. 그리고 보통은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다시 도전하는, 후자를 선택했다. 평안은 그에게 정착이 아닌 다시 도전할 힘을 주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글쟁이었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이렇게 김호연의 이야기는,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책 중)" 그는 수많은 굴곡을 겪으면서도 이야기꾼으로 남았다. 존나 버티는, 존버의 삶을 살았고, 결국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중간에 그가 다른 길을 찾아 떠났더라도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게 더 현명한 길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존나 버텼고, 여전히 이야기꾼으로 남아있다.
※ 사진은 내가 존나 버텼던, 군 생활의 추억이 담긴 진해 앞바다. 5년 만에 가봤는데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