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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모연 Sep 25. 2023

이야기는 계속된다

소서림 [환상서점]을 읽고 쓴 독후감

'서점'이라는 공간

 오래된 동네서점(이후 'L 서점'이라 쓰겠다.)이 얼마 전 폐업했다. 문제집을 사거나 만화책을 보러 자주 갔던, 어릴 적 추억이 남아있는 서점이었다. 하지만 점차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빈도가 늘면서 굳이 L 서점에 갈 일이 없어졌다.


 사실 온라인 서점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점차 이동반경이 넓어지면서 대형서점에 접근성도 높아졌고, 돈을 아끼기 위해 일반서점보다는 중고서점을 먼저 고려하는 부분도 있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통해 웬만한 책은 이북리더기로 읽기에 굳이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스마트폰과 유튜브, OTT로 인해 독서시간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독서생활의 변화는 나만 겪는 건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사람들의 독서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거다. 우리 동네 사람들도 비슷했을 것이고, 결국 동네 터줏대감 같았던 L 서점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점차 서점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 공간이 주는 '무언가'가 있기에 여유가 있으면 한 번씩 들러보는 편이다. ‘무언가’가 뭔지 살펴보자면, 먼저 서점에는 편안함이 있다. 아무리 사람이 많은 대형서점이라 하더라도, 책을 집어든 순간 고요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서점이 좋다. 또한 책들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추억을 회상하며 공감하고, 삶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다. 그래서 서점이 좋다.


 이런 나에게 소서림 작가의 [환상서점]은 '책 속의 서점은 어떤 곳일까?', '서점을 배경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이 서점에는 어떤 추억들이 담겨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가 계속되겠군요."
느닷없이 등장한 기묘한 서점. 그리고 의문스러운 남자가 '완결'이 아닌 '계속'을 알렸다.

  산길을 방황하던 연서는 '의문스러운' 한 남자를 만나고, 그를 따라 '기묘한' 서점을 방문한다. 이렇게 서점을 배경으로 한 연서와 서주의 이야기가 시작한다.


"물론, 있습니다."

 동화작가이지만 글쓰기에 고민이 많은 연서는 다시 방문한 기묘한 서점에서 '해피엔딩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서주는 당연하다는 듯 '물론 있습니다.'라고 얘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를 가지고 서점을 방문한다. 혹은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자신도 인지하지 못했던 '필요'를 발견한다. 그리고 서점에는 무슨 필요든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서점이란 독자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는, 그런 곳이다.


"당신이 어디에 묶여있다는 건가요?"
가슴속에 있던 자물쇠가 풀리는 느낌이 났다.
...
"내 말 좀 들어요! 어린아이도 아니고 정말. 언제까지 과거, 과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연서와 서주, 두 사람 모두 힘든 '과거' 때문에 현재의 삶에 충실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서는 환상서점을 오가며 서주를 통해, 서주는 연서를 통해 점차 과거로부터 벗어난다. 기억을 마주할 용기를 얻고 현재를, 미래를 살아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완결'이 아닌 '계속'을 향해 나아간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지금의 '나'는 내가 겪어왔던 경험들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재 나의 선택은 과거 행동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이렇듯 '과거'가 모인 집합체가 결국 현재의 '나'이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야기 속 연서와 서주는 과거로부터 벗어나 당당히 기억을 마주했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이겨낼 때 비로소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인용 출처: 모두 소서림 작가의 [환상서점]

* 사진은 가평의 '살롱 드 이터널저니'라는 복합문화공간. 서점, 카페 등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데 경치도 좋으니 날 좋을 때 한 번 다녀오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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