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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Jun 29. 2024

여름이었다.

캘리포니아 살면서 수영은 기본이지…만!

다음주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동네 YMCA 가서 같이 수영 배우라고 일곱살 세찬이랑 세살 세진이 (만 나이) 둘다 등록 해놓았다.  세진이는 처음 배우는 수영이고, 세찬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 재도전이다 (작년에 두어달정도 같은 수업 등록을 했었지만 물을 무서워해서 진도가 많이 안나갔었다).  올 해에는 두 아이 각자 맞는 나이 그룹으로 등록을 같이 시켰는데 세찬이도 세진이도 수영을 잘 배워놓을수 있음 좋겠다.


세찬이가 물을 무서워하지만 뭐라고 할수 없는게, 그 피가 내 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수영을 따로 배울 기회가 없었고, 고등학교때 미국으로 이민 와서 당시 초등학생 친척동생들 다니는 수영 그룹 레슨을 듣고서 돌고래반인지 범고래반인지 수료증까지 받긴 받았지만 ㅋㅋ (고모가 “이제 캘리포니아 살 거면 수영은 꼭 할줄 알아야지!” 라며 보내주셨는데!) 물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수영은 아직도 못한다. 흑흑.  (같이 한국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내 동생 둘은 YMCA 아기 스포츠단 유치원 프로그램 졸업생들이라 그런지 나보다 운동신경이 더 좋다.  아마 둘다 수영도 잘 할걸?!)


오늘은 금요일이었는데, 여차저차 일을 어제 오늘 빼게 되어서 금요일일이지만 주말같은 하루를

보냈다. 주중 하루 24시간이 온전히 내것이라는 것, 참 귀하다 귀해!

세찬이 세진이 물이랑 좀 친해지라고 진작부터 사둔 팔 튜브가 있었는데, 몇개월간 물 한방울 묻혀볼 기회가 없었다.  요새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지난주말도 이번주말도 섭씨 99도씨!) 또 세찬이 세진이 수영 교실도 다음주부터 시작이고 하니 겸사겸사 애들에게 미끼를 던져보았다.

“예전에 사둔 이 팔 튜브들이 있는데, 오늘 수영장 가서 같이 놀다 올까?“


세찬 세진이 그리고 나 까지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자외선 차단제로 얼굴 팔 다리 목 등등 여기저기 다 바르고, 세찬이 세진이 새로 산 팔 튜브도 끼고, 셋이서 크록스 신고 동네 수영장으로 걸어 갔다.

주민들 이용할수 있게 집 근처에 만들어진 공원이 있는데 — 놀이터, 농구장, 피클볼 장, 개 공원, 수영장, 작은 파티 공간, 바베큐 그릴 공간 등 없는거 빼고 다 있는 알짜배기 소규모 공원이다.  금요일 5시였는데도 수영장에 사람들이 벌써 꽤 많았다.  다른 사람들 일 할때 일 안하는 이 사람들은 팔자 좋겠다 부러워하며 그래도 오늘 저녁 나도 애들하고 시간을 같이 보낼수 있음에 감사했다.


세찬이 키가 4피트 조금 넘고, 세진이는 3피트 조금 넘는데, 오늘 3.5피트짜리 수영장에서 둘다 팔 튜브 끼고 동동 떠다니며 재밌게 잘 놀았다.  원래 목적은 수영 레슨 다음주에 시작하기 전에 물이랑 친해지라고 맛보기로 30분정도 살짝 놀다 오려고 한건데, 둘다 재밌게 한시간 정도 잘 놀다 온 것 같다.  이대로라면 수영 레슨때 물 안무서워하고 둘다 잘 배워올수 있을것 같다!


수영 하고 와서 힘들었는지 샤워 하고, 밥 먹고, 이 닦고, 책 두어권 정도 읽더니 둘다 저녁 8시쯤 곯아 떨어졌다.  원래 평소에 밤 9-10시쯤 자는 녀석들인데!  이번 저녁/밤 시간도 참 귀하다 귀해!


금요일인데 일을 안해서  그런지

애들하고 시간을 특별히 보낼수 있어서 그런지

묵혀둔 팔 튜브를 드디어 써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애들 둘다 빨리 잠들어서 그런지

아무튼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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