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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으면 좋겠다.

by 오롯한 미애

봄이 왔으면 좋겠다.

턱을 괴고 두 눈을 감고서

봄을 떠 올려본다.

느닷없이 찾아온 초겨울 바람은

피할 사이없이 나를 어디론가

떠밀어 댔다.

그칠 것 같지 않을 것처럼

소복이 내리는 눈사이를 헤치고

겨울 한가운데를

뚜벅뚜벅 걸어 헤매며

여기까지 왔다.

자신을 태워 그 주위를 밝히는 촛불.

그 촛불사이에 흐르던

눈물을 닮은 촛농 같던 발.

그 발로 밤새 내린 눈 위에

발자국을 꾹 꾹 남기며 걸어왔다.

폐인 발자국 속에

미움과 허무함을 넣어

이른 봄,망각이라는 빛을 띤

햇살을 한 줌 움켜쥐고 넣어

소복하게 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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