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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한 미애 Oct 25. 2024

나와 닮은 내 운동화

나와 닮은 내 운동화.


첫 만남에 그리 곱고 하얘서


신는 것조차 겁이 났던 내 운동화.


딸이 선물한 귀한 운동화.


나와 함께 뛰고 종종거리고


이곳저곳을 누빈 지도 삼 년이 다 됐구나.


2년 전쯤 내 생일에 딸이 선물한 흰 운동화.


숨소리는 살아 있는 짐승에게서만


들리는 게 아니구나.


이제 너무 낡아서


나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음에


네 숨결도 점점 희미하게 나에게 전해지네.


긴 시간 동안 너와 익숙했던 발도


 낯선 새 신발과 언젠가 익숙해지겠지만


그 어색한 시간 동안 네가 자꾸만 생각날 거야.


그러다 슬그머니 편해져서


내 하얀 운동화를 잊었다고


생각되겠지만  


내 머릿속 저 기억너머  


그리움 속에 고이 넣어 둘 거야.


나와  닮아서 발걸음도 빨랐던 너.


일이 생기면 당장 달려가고


때론 지쳐서 두발을 쭉 벗고


운동화 위에 발을 올려두고


땀을 식힐 때도 있었지.


지나고 보니 힘듦도 그리움이 되네.


나와 닮은 내 운동화, 스께처쓔야!


훗날 또다시 나와 만난다면


휴식이 있는 곳, 바쁘게 안 움직여도


여유 있는 곳,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음악소리와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소리에


 웃음이 함께하는  곳에서 다시 만나.


스께처쓔,


나와 함께 하는 동안


고생 많았고 또 고맙고 감사했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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