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티브이 건강 프로그램에서 안구 건조증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눈을 자주 깜박이는 경향이 있어 3~4초에 한번 눈을 제대로 감았다 뜨기만 해도 증상이 호전된다는 걸 보았다. 방송을 보며 따라 해보니 그제야 평소 내가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안구건조증의 원인 중 하나가 이거였군.
"주도적으로 수련합니다."
오늘따라 선생님의 말씀이 깊숙이 들어온다. 지금 호흡을 스스로 인지하고 들어오고 나가는 숨의 길이를 조절하고 아사나의 정렬을 거울을 통하지 않고 스스로 감각하라는 뜻이다. 요가 수련의 핵심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눈 깜박이기나 숨쉬기처럼 이제껏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도 의식하면 다르게 느껴진다. 난 일 분에 몇 번 눈을 깜박이고 있나? 내 들숨과 날숨의 길이는 어떤가? 들여다보면 눈을 깜박이고 숨을 쉬는 일에도 자연스레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수련에 익숙해지면서 습관적으로 수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보기에는 아사나가 그럴듯해 보이거나 어제와 비슷해 보인다고 해도 나 자신은 느낀다. 지금 제대로 호흡이 들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참고 버티고 있는지. 그래서 보여주기 위한 수련이 아닌 '내' 수련을 하기 위해 요즈음은 호흡에 중심을 두고 호흡 조절에 가장 큰 신경을 쓴다.
호흡이 편안해지면 아사나는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아사나를 잘할 욕심에 호흡을 참거나 버티면 당장 아사나는 완성할 수 있어도 다치거나 몸의 이상이 온다. 스스로 숨을 마시고 내쉬면서 지금 몸의 막힌 부분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기분은 오롯이 나만 느끼고 알 수 있는 감정이고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에 변화를 가져온다.
스스로를 알고 조절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완전하지 않거나 부족해도 전만큼 흔들리지 않게 된다. 호흡이 잘 되어 처음으로 카포타아사나까지 접근해보기도 하고, 버티자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아직 불안정하다는 걸 알기에 에카파다라자카포타 아사나에서는 굳이 손으로 발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한병철 작가는 <서사의 위기>에서 정보 과잉 시대를 사는 우리는 스토리텔링을 외치지만 실상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시하듯 빠르게 공유되는 '정보'로 만들어버린 '스토리셀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진단한다.
바야흐로 정보는 넘치지만 각자의 이야기, 서사는 빠르게 멸종하고 있는 시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명목 하에 sns를 하면서도 묘하게 스스로 먼저 지쳐가고 있던 나로서는 뜨끔한 대목이었다. 나만의 맥락, 이야기가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정보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달리 뾰족한 묘안이 없는 나로서는 더 단단해지는 것뿐이란 결론이다. 나의 이야기가 쉽게 휩쓸려 사라지지 않도록,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을 내 이야기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더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정성껏 눈을 깜박이고 호흡하며 수련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것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