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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애나 Jun 10. 2019

나를 돌봐야 하는 건 나 자신인데

저번 주에 일주일 동안 기침을 했다.

첫 이틀은 Cold and flu 알약을 먹다가 하나도 낫는 기세가 보이지 않길래 Dry cough 시럽으로 갈아탔다. 호전되는 게 보이지 않길래 금요일 일 끝나고 병원에 찾아갔다. 

청진기로 내 숨소리를 듣더니 의사가 Chest infection이라고 했다. "여기서 내가 줄 수 있는 방법은 두 개인데, 자연적으로 낫거나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어떤 걸로 할래?" 정말 이 나라는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기를 꺼려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항생제 5일 치를 처방해줄 수 있는 환자에게 자연치료를 묻기도 하다니.. 나는 고통스러운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당연히 항생제를 처방받아왔다. 폐를 열어주는 스테로이드 puffer도 직접 달라고 요청해서 받아왔다.

기침을 쿨룩쿨룩 해대면서 일을 하는 저번 주 오일 내내, '아 정말 하루라도 쉬고 싶다' 하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병가를 요청할 수 없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다른 룸리더가 인플루엔자에 걸려 2주를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까지 빠지면 반에  일관성과 루틴이 깨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고, 같이 일하는 다른 선생님들도 아직 뉴페이스 들이라 내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이렇게 아프면서까지 타인만을 고려하며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게 맞는가 싶다. 나를 돌봐야 하는 건 정작 나 자신인데 왜 남을 먼저 생각할까.

항생제를 복용하는 오일 동안 일을 갈 수 없다는 medical certificate을 받아왔다. 서류 상으로는 내일까지 일을 가지 않아도 된다. 기침은 잦아들 생각을 하지를 않는다. 그런데 내일 하루 더 쉬겠다고 쉽사리 말이 떨어지지 않는 내가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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