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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대란, 클라우드의 무서움을 느낀 최악의 사고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좀비가 나오는 액션 게임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즐겨했던 게임이었죠. 이 콘텐츠는 폭발적인 인기로 동명의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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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기본 플롯은 좀비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국가를 뛰어넘는 초거대 다국적기업인 '엄브렐라'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만든 좀비 바이러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퍼지며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결국 세상이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거든요.


이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엄브렐라는 국가보다 훨씬 강력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과실로 세상이 좀비에 의해 멸망했음에도 강대국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유지합니다.




고대시대 세계의 중심은 알렉산더 제국이나 로마였다면 중세시대는 로마의 바티칸이었겠죠. 그리고 지금의 세계 질서는 미국이 중심이 되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그 위상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디지털화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는 국가가 아닌 빅 테크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가진 그들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범위를 초월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런 거대한 기업들의 부주의로 인해 사람들이 막심한 피해를 보는 상황이 최근에 발생했습니다.

바로 MS 클라우드 장애 사고입니다.


미국 현지시간 7월 19일에 발생한 이 사태는 우리에게 총이나 폭탄 없이도 한 전 세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줬습니다. 이날 시작된 전 세계적인 온라인 플랫폼 장애는 MS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안을 위해서 적용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업데이트 오류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2만 개 이상 고객사를 두고 있는 미국 보안 업체입니다. 그런데 이 업체가 배포한 업데이트 패치가 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충돌하며 MS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들을 모두 먹통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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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MS 클라우드 서비스의 그늘 아래서 운영되던 시스템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했고 이런 문제에 대해 취약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사회보장국(SSA)과 같은 관공서는 물론 공항, 방송국, 금융회사의 전산망이 마비되었습니다. 1,700대가 넘는 항공편 결항, 방송 송출 중단, 은행의 계좌 접근 제한까지 말이죠. 그 외에도 피해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대형 재난의 원인이 테스트 환경에 있었던 작은 버그를 해결하지 않고 업데이트를 진행해서였다고 밝혀져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없었기에 그 피해는 최소 10억 달러(약 1조 388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서 사고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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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를 계기로 어쩌면 핵무기나 기후 위기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이런 디지털 재앙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의된 국가 기간시설 이외에도 데이터센터와 같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시설에 대한 관리 또한 이제부터라도 매우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입니다.


예전에 우리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통해 엄청난 피해와 불편을 겪은 기억이 있으니까요. 이젠 눈에 보이는 자산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온라인 자산에 대한 관리도 국가 및 기업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런 사고를 통해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누군가가 악의적인 마음을 품고 클라우드 서비스에 바이러스를 심는다고 한다면 과연 온전히 대처를 할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공룡처럼 커지며 국가보다 거대한 권력을 가지게 된다면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정작용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기업은 무엇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니까요. 별다른 통제 없이 몸집과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빅 테크 기업들도 문제지만 이들을 충분히 국가가 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한 줄 요약 : 디지털 시대로 가면서 편리해지는 만큼 위험부담도 커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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