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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Dec 05. 2024

부추잡채로의 변신은 무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요리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아내가 저보다 바쁠 때가 많고 야근이나 회식을 할 때 매번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수는 없었으니까요. 초창기에는 정말 엉망이었지만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잘한다고 말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먹으면서 맛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수준 정도는 되지 않았나 자부합니다.


다양한 요리 중에 시그니처 메뉴가 굳이 있냐고 여쭤본다면 단연 잡채입니다. 이 음식이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메뉴였고 처음 만든 요리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미가 있는 녀석이기에 지난 샘터 10월 호의 '아빠가 차린 식탁 코너'에서도 고민 없이 잡채를 선택했죠.




사실 제 잡채는 늘 비슷한 모습입니다. 알록달록하게 만들기 위해서 초록색은 시금치나 청경채, 검은색은 목이버섯, 노란색이나 빨간색은 파프리카를 반드시 넣었죠. 색이 예쁘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그렇게 5~6년 정도를 비슷한 방식으로 요리를 해왔습니다. 늘 열심히 만들기는 하지만 일부 야채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어서 자주 남는다는 점은 약점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부추잡채를 만들기로 결심한 거죠. 커다란 변화에 꼭 거창한 계기가 있지만은 않듯 제 상황도 비슷합니다. 고향에서 아버지가 텃밭에서 소중하게 가꾸신 부추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날씨 때문인지 이 친구가 점점 빠르게 생기를 잃어가더군요.




하루 이틀만 더 놔두면 먹기 힘들 듯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빠르게 고민을 시작했죠.


부추김치를 만들까? 아냐, 그건 그때 한 번 실패했잖아. 그건 좀 약해. 어차피 지금은 김장김치도 많고.

그럼 오리고기와 함께 데쳐서 구워 먹을까?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고기만 먹고 느끼하다면서 부추는 잘 안 먹을 텐데. 제 내면에 있는 아이들이 격렬한 토론을 하는 동안 어렵게 결론까지 도달합니다.


그래, 결심했어. 부추잡채를 한 번 만들어보자.


잡채는 아이들이 잘 먹는 편이기도 하니까요. 고향에서 보내주신 부추를 정성스레 씻고 약간 애매한 쭉정이들은 빼냅니다. 그런 다음 반으로 썰죠. 당면도 넉넉하게 넣어서 1차로 삶습니다. 그 뒤에는 너른 프라이팬으로 옮겨서 소스를 만들어서 졸이면서 양념을 배도록 합니다. 이 또한 새로운 방식의 조리법이었죠.




추도 따로 조리하고 쇠고기도 양념을 해서 따로 굽습니다. 당면을 삶기 위한 양수 냄비 하나에 각각의 재료를 조리하기 위해 프라이팬만 세 개나 동원되는 꽤 대규모 작업입니다.


사진을 올리며 글을 쓰다 보니 제가 요리에 대한 일머리가 부족한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군요.




요리의 클라이맥스는 부추와 당면, 쇠고기, 양파가 합쳐지는 순간입니다. 아이에게 맛을 보라고 하니 간이 딱 좋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제 새로운 요리인 부추잡채가 완성됩니다. 예쁘게 담아서 사진을 찍고 싶은데 늘 쉽지 않군요. 미적감각이 떨어지는 부분은 맛으로 승부하겠습니다.




처음으로 한 부추잡채는 아이들이 진짜 많이 먹었습니다. 퇴근하고 합류한 아내가 많이 못 먹었다며 아쉬워해서 주말에 다시 한번 만들어줬는데 다들 맛있게 먹었습니다. 부추잡채를 단 두 번 했을 뿐인데 놀랍게도 30인분짜리 당면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역시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가장 큰 즐거움은 잘 먹어주는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형형색색의 잡채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부추는 잘 먹어서 오히려 이 방식으로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잡채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고정관념처럼 되어버린 레시피를 과감하게 바꾼 제 변신도 무죄고요.


한 줄 요약 : 늘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면 의외로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발명뿐만 아니라 요리도 그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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