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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배출 앞에서 무너진 나의 이상주의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평소에 노력합니다. 편견을 비롯한 확증편향이 심해졌을 때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많이 배웠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러 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고정관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 최근에 일어났습니다. 바로 사무실 안에서의 분리수거와 관련된 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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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맡은 업무는 서울 한강 이남의 전력설비를 교대근무의 형태로 관리하는 일입니다. 원래는 두 군데의 사무실로 나뉘어 열 명씩 근무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말씀드렸듯 통합이 이뤄졌습니다. 공간은 1.5배 넓어지고 사람은 두 배로 늘어났죠. 사무실 환경은 물론 낡은 집기들이 많이 바뀌어 쾌적해진 부분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래도 열 명에서 스무 명으로 사람이 확 늘어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걱정들도 많았죠.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서로 배려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제 눈에 아주 많이 밟히는 한 가지 사안이 생겼습니다. 바로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문제였죠. 아침에 미화원 여사님을 만나면 여사님은 제게 꼭 재활용품 분리에 대한 부탁을 해오셨습니다. 보통 여사님이 청소를 하러 사무실에 들어오시면 정리하시기 쉽게 쓰레기통이나 재활용품이 담긴 박스를 문 앞으로 내놓기 때문이죠.




먼저 추석 연휴 때도 박스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당황을 많이 했습니다.

종류별로 담을 수 있게 박스를 분류해 뒀음에도 정말 마구잡이로 쓰레기가 들어있었습니다. 도시락통은 세척되어 있지 않고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었죠. 결국 제가 미화원 여사님께 죄송해서 조금 정리를 했는데 현타가 와서 도저히 못하겠더군요. 저도 의지에 비해 실천이 부족한 인간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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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또 한 번의 변화의 계기를 맞았습니다. 얼마 전에 새로 큰 쓰레기통 두 개를 사서 들여놓게 되면서부터였죠. 저는 이때다 싶어서 번거롭지만 이름표까지 새롭게 만들어서 붙여뒀습니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이제는 좀 구분해서 잘 버릴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이 있어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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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단 이틀 만에 캔과 병을 넣는 통에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집에서도 이렇게 하면 아내에게 많이 혼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굳이 누가 그랬는지 찾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까지 하면 제가 너무 피곤해져서죠. 아직 많은 사람들이 역시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정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비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사무실에서의 분리배출 미션을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요즘에는 다행히도 그럭저럭 분리배출이 잘 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사님이 오셨을 때 넌지시 여쭤봤거든요. 사실 종류별로 분리배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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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를 하는 직종은 같이 일만 하는 곳이라 먹고 씻고 쉬는 활동까지 함께 하는 생활공간도 함께 씁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들을 비롯해 많은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이 아닌지라 뜻하지 않게 서로가 신경이 쓰게 되는 불편함도 제법 많아서 더 그렇죠.


만약 제 일기장에 기록해 둔 그 이야기를 다 쓰려고 하면 브런치북 하나 만들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저 때문에 불편했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그냥 더 이해하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제 불편함만 밖으로 표출하기 시작하면 금세 이기적인 인간이 될 테니까요.


이 글은 그냥 소소한 에피소드 정도로 받아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오늘은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봤습니다. 새로운 매거진에 마수걸이를 하는 기념으로 말이죠.


한 줄 요약 : 내 맘 같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이 반복되는 곳이 바로 인간의 일생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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