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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ug 09. 2022

가공육과의 전쟁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쏘냐!


 

 어릴 시절 저 소탈한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도시락 반찬으로 비엔나소시지를 싸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소원은 그리 자주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집이 가난해서라기 보다는 건강에 좋지 않아서였습니다. 인스턴트식품을 유해성을 이미 알고 계시던 어머니께서는 햄이나 소시지를 싸주시지 않으셨던 것이죠.

저도 이제 나이를 먹긴 했지만 이 세대는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판단은 올바른 결정이셨습니다. 가공육은 두 가지 이유로 위험성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적색육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적색육(쇠고기 또는 돼지고기)은 가공육의 주재료입니다.


적색육은 헤모글로빈(혈색소) 때문에 붉게 보이는데 헤모글로빈에는 헴철(헴+철분)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이 헴철이 체내에서 적색육의 포화지방산과 결합하면 세포와 유전자에 독성을 갖는 알데하이드 생성해서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가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적색육도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가공육에 들어가는 수많은 합성첨가물 때문입니다. 다양한 첨가물들이 있지만 가공육에는 합성첨가물 중에서도 가장 큰 형님 격이라 할 수 있는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간 식품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햄, 베이컨, 육포, 훈제오리 꼽니다. 이 물질은 소량으로 들어가 있지만 다량 섭취했을 경우 헤모글로빈의 기능을 억제해 암과 청색증, 돌연변이와 출산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WHO에서는 어린이 식품에서는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 물질이 들어간 가공식품들을 모두 과감히 끊어내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 녀석들과 우리 가족은 애증의 관계였기에 단호하게 헤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고민 끝에  몇 가지의 해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첫째로 첨가물이 적은 가공육을 사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로 먹는 빈도를 조금씩 줄이되

셋째로 먹게 된다면 조리방법을 좀 다르게 하는 것이었죠.  

 조리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엄청나게 번거로울 뿐이죠. 합성첨가물을 좀 뺄 수 있는 쪽으로 조리를 하는 것입니다.  




1. 비엔나소시지

소시지의 어원은 소금에 절인다는 뜻의 라틴어 Salsicia로부터 왔습니다. 비엔나소시지는 이런 형태의 소시지가 처음 상품화가 된 곳이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여서 그렇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남자 성인들도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죠.

아질산나트륨이 없는 비엔나소시지는 현재로서 두세 가지 정도뿐입니다.

냄비에 물을 끓여 소시지를 쏟아붓습니다.

가지런하게 프라이팬에 정렬시켜서 옆구리가 터질 때까지 익혀줍니다.

이제 밥과 함께 먹으면 끝!!





2. 베이컨 : 멧돼지를 뜻하는 독일어 '바헨(bachen)'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는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공육 중 하나죠.

베이컨은 아질산나트륨이 안 들어가는 경우가 없습니다.

뜨거운 물에 30초만 데쳐도 뽀얀 국물이 우러납니다. 하지만 이대로 먹기에는 뭔가 좀 색깔이 그렇겠죠?

프라이팬에 이제 굽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예쁜 그릇에 담아주면 끝!





3. 훈제오리 : 훈제오리의 역사는 정확하지 않네요. 훈제는 토기와 불을 사용한 시대부터 오리는 고려시대부터라고 하니 고려시대쯤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딱 한 군데(이미 판매가 되지 않는 제품)를 제외하고 훈제오리에는 모두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갑니다.

이 음식은 데쳐서 먹을 수 없기에 쪄야 합니다. 부추, 파 또는 양파를 깔아서 데쳐줍니다. 데친 후에 기호에 따라서 프라이팬에서 다시 구워서 먹기도 하지만 오늘은 바빠서 그 과정은 생략합니다.

이 양파는 기름에 조리돼서 맛깔나 보이지만 당연히 먹지 않고 버립니다.

어떻게 보면 뽀얀 육수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합성첨가물이 가득 들어있겠죠?




 이런 식으로 조리를 하게 되면 물에 잘 녹는 아질산나트륨을  비롯해 합성첨가물을 최소화해서 섭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적으로 분까지 줄일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방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뭐가 되었든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기 시작하면 먹을 것이 없다고 말이죠. 그래도 아직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먹이는 음식이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가공육과의 전쟁은 아이들이 독립할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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