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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시코기 Jul 04. 2023

[BIFAN]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하는 사랑

<내 심장을 받아줘> 2023, 킴 올브라이트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메리 고 라운드 - <내 심장을 받아줘>


감독: 킴 올브라이트

출연: 안나 맥과이어, 함자 하크, 비나 수드 등


시놉시스: 사람의 심장이 물건으로 만들어졌고 그것을 분리,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 대안 세계, 실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가상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라이프잽'이 유행한다. 애나벨은 이와 정반대인 가진 사람이다. 그녀의 친구들조차 감정에 치우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날 그녀는 한 남자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남자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랑고백에 이별을 말한다.



감정이 사치가 된 시대에도 '사랑'이 가치 있을 수 있을까? <내 심장을 받아줘>가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이다.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원작의 기본적 설정을 충실히 따라간다. 큰 설정은 두 개다. 하나는 사람의 심장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물건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심장을 직접 뺐다 꼈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설정부터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있다. 일반적으로 자주 접하지 못하는 캐나다의 SF영화인만큼 작은 규모로 제작된 영화인데, 그렇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를 역으로 이용한 영화로 보인다.


'자신의 가슴을 찢어 심장을 꺼낸다'는 것이 문자 그대로 본다면 고어 장르를 떠올리게 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의 경우 장르 영화에 기대할 법한 톤 앤 매너를 분명히 가져가면서도 심장의 시각적 구현이나 주인공 애나벨의 순진무구한 성격이 이 영화만의 비현실적인 공간감을 잘 살려낸다. 원작이 연극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겠으나, 특히나 각기 다른 심장 생김새가 연극 소품으로 느껴지는 면도 있다. 기술이 보다 발전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대안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직접 만든 심장 모형과 카세트테이프를 비롯한 영화의 소품들은 훨씬 이전의 시대를 떠올리게 만들어 시대감의 부조화를 느끼게 만든다. 단순히 이 부조화를 보여주기만 했다면 엉성함에서 그쳤겠지만,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며 특유의 사랑스러운 톤으로 범론적 주제로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사랑'에 대한 영화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어느 커플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이 영화는 사랑을 그리기에 부족해 보이는 환경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 세계에서 애나벨의 직장과 연결되기도 하는 애플리케이션 '라이프잽'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필수 요소로 취급된다. 사람들은 어플을 삶에 가까이 두며 타인과의 관계 향방을 결정한다. 어플에서 매칭률이 높다면 그 관계가 지속되는 거고, 아니라면 재고해야 한다. AI가 상대에게 줄 선물을 골라주며 취향을 분석해 준다. 서로의 일정을 맞춰 만날 날을 자동으로 지정해 주고, 그것에 당연하게 따른다. 결론적으로 모두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수동적인 삶의 모습이다. 애나벨이 친구들에게 받는 취급처럼 감정은 사치인 세상이며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다. 새로운 관계를 꿈꾸거나 그 안에서 설렘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 속에서 애나벨은 거의 유일하게도 바로 그 '감정'을 잃지 않은 존재다. 심장이 '등불'인 것처럼 주변을 밝게 만들고 자신의 따듯한 감정을 전이시킨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이프잽의 도움을 받지 않는 '정상적인 사랑'을 꿈꾼다.


내 심장의 감정으로 영원히 고통받길 바라요.


하지만 희망을 가졌던 애나벨도 조지가 그녀의 사랑고백을 단칼에 거부하면서 무너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연락이 되지 않던 엄마의 죽음까지 겹치고, 너무도 슬픈 감정을 감당할 수 없던 애나벨은 일전에 봤던 남자처럼 심장을 자신의 몸에서 꺼내버린다. 이를 조지에게 보내는 그녀의 행동은 일종의 복수심에서 시작했겠지만,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서로의 반대된 입장에서 진실된 관계와 나 자신을 찾아가며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현대 사회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과장된 영화 속 세계일지라도 기술이 발전되고 사람 간의 직접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그 방향성은 결국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심장 각자의 모양이 성격에 따라 다르다는 설정이나 일종의 디스토피아 실험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배경이 정반대의 방향이긴 하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를 느슨하게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내 심장을 받아줘>는 서로 간의 유대가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에도 사랑과 감정은 여전히 어딘가에 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영화로 다가온다.


상영일정

7/1 14:00 - 15:32 CGV 소풍 10관
7/3 13:30 - 15:02 CGV 소풍 5관
6/30 10:00 ~ 7/9 23:59 온라인 상영(wav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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