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지 못한 시간들이, 조용한 공간을 만들었다.
무언가 부족할 때,
그 빈자리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그 안에 감정이 자라고,
그리움이 머물고,
때로는 침묵이 눌러앉는다.
사는 게 늘 재미있을 수는 없다.
그저 어렵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고3이 된 큰 딸은
나와 떨어져 있다.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늘 밝고 즐거웠던 아이가
올해 들어 많이 힘들어했다.
고3이라는 짐이 생각 보다 큰 건지
엄마를 닮아 감성적인 아이가
공부에만 갇혀 마음이 공허했는지 모르겠다.
이따금 전화해서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하던 아이.
요즘은 조금 괜찮아진 것 같다.
아니 중요한 일을 앞두고 꾹꾹 누르고 있는 것 같다.
운동선수인 작은 딸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간,
팔을 다쳐 수술을 했다.
대회 목전이었는데
큰 대회도 놓치고
입원과 퇴원
그리고는
밤 10시에 퇴근하는 나를
집이 아닌 재활센터로 데려다 놓았다.
매일 퇴근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재활센터에서 아이를 픽업하던 때는
울컥 눈물이라도 날 것만 같았다.
그 아이도 이제는
그럭저럭 잘 지내는 것 같다.
정신없이 지나간 몇 개월.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니
내 자신에 대한 마음이
후폭풍처럼 밀려왔다.
분(分) 단위로 움직이던 몸은 멈췄는데,
마음은 멈추지 못했다.
문득,
내가 궁금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기억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은 미화된다.
아름답게 포장된 과거 속에서
진짜 감정은 흐릿해진다.
분명
그때의 나는
육아와 일,
그리고 오락가락하는 감정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
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너를 이해할 여유도,
너를 바라볼 시선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나는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말을 꺼내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침묵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너에게 상처였을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지금은 그저
이 조용한 공간에
내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아도,
부족한 순간에도
서툰 마음에도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