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직원

회식을 좋아하는

by 에메

수능이 끝난 딸은

지난 한 주 동안 방과 책장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 딸이지만,

그녀는 참 무엇인가를 잘 버린다.

물건도 잘 버리고,

사람도 잘 버린다.

여전히 나를 버리지 않고 곁에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다.


어젯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은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대학에 가면 본인의 시간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딸의 상황에서 과외를 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책임을 지기 어렵고,

책임감 없이 단기적인 부분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해 과외는 접었다.


또한 내 학원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지만,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일은

수능 직후의 딸에게 권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 선택도 내려놓았다.


결국 내린 결론은 동생을 가르쳐 주는 일이었다.
예전에도 동생 공부를 맡겼지만, 불만이 많았다.


“엄마! 언니 너무 못 가르쳐. 자꾸 화만 내!”
“엄마! 나 언니한테 안 배울 거야. 혼자 할래!”


그렇게 늘 결론은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큰 아이가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보상을 주면 나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간을 정하고, 급여를 주기로 했다.


놀랍게도 어제 잠시 그 이야기를 나눈 것뿐인데,

벌써 커리큘럼을 짜왔다.

자본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



큰 아이가 짜온 커리큘럼을 보며 나는 물었다.

요즘 고등학교 과목은 고교학점제다 모다 하여

잘 머리를 써야 한다.


때로는

필요한 과목을 못 들을 때도 있고

쓸데없는 과목을 듣기도 한다.


“씨엘이 이게 필요해?”
“엄마, 내가 다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서 본 거야.”


돈을 벌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듯, 그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편 작은 아이는 몇 달 전부터 구글 입사 이야기를 한다.

밥도 잘 나오고 복리후생도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모양이다.

“언니,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구글에 입사할 수 있어?”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네가 하다 보면 길은 열리지 않을까?”


예전에 둘째가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도, 큰 아이는 동생에게 물었다.

“너는 운동을 하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어?”
“난 끝날 때.”
“아니, 그건 운동을 하면서가 아니잖아.”


동생은 되물었다.

“언니는 공부하면서 행복한 적이 있어?”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공부하면서 행복한 순간은 있어. 무엇을 할 때 하나라도 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어야 그걸 하는 거야. 아홉 가지가 힘들어도 한 가지가 좋으면 그걸 하는 거야.”


그 대화를 떠올리면, 큰 아이는 동생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것 같다.


일단 최소 급여를 주기로 했지만,

잘하면 급여를 올려줄 생각이다.

그런데 큰 아이가 묻는다.

“엄마, 그럼 우리 회식도 있어?”


아, 회식도 시켜주어야겠다.


수능이 끝난 딸과의 대화는

단순히 돈을 벌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책임과 배려, 협력과 성장에 대한 작은 실험이었다.

큰 아이는 동생의 선생님이 되어가고, 작은 아이는 꿈을 키워간다.

나는 그 곁에서 웃으며, 때로는 회식을 준비하며,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면 되는 거다.


아이 둘을 낳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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