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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Feb 13. 2024

찾았다. '일'을 즐기는 주무관님을.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모두가 힘들어서 죽겠다고 한다. 지친다고 한다. 도망치고 싶다고 한다. 탈출만이 답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토록 모두가 싫어하는 그 '일'을 즐기고 있는 주무관님을 보았다. 

'드디어 찾았다!. 분명 어딘가에 있을 줄 알았다!!' 마음속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s주무관님은 당당하게 "나는 일을  좋아한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저렇게 당당하게 '일을 좋아한다'라고 고백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했다간 바로 4차원 인간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 홍길동의 마음만큼은 아니겠으나  손톱 길이만큼은 같았다. 


"저는 이 일을 좋아합니다."

우리 부를 들어와서 처음 들어본 희귀한 말이었다. s주무관님의 말은 심장에서 돌림노래처럼 울려 퍼졌다.  


23년 10월 즈음 업무를 처리하다 어려운 길목에 다다랐을 때이다.

수소문 끝에 멀리 계신 동일 업무를 하시는 s주무관님에게 도움을 청했었다.  그 이후로 꾸준히 혼자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s주무관님께 sos 구조신호를 보냈다. 이해하기 쉬운 명확한 설명은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나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그리고 여느 때  s주무관님에게도 습관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했더니 

그분은 "저는 이 일을 좋아하는데요. 이 업무가 처음에 좀 어렵지, 몇 번 해보시면 안 어려워요. "라고 하셨다. 


우리 부를 들어와서 처음 들어본 희귀한 말이었다. 

그리고 주무관님은 급한 대로 "잘 만든 자료는 아닌데" 하시면서 파일 하나를 보내주셨다. 

나는 본부에서 올려준 그런 자료라 생각하고 파일을 저장했다. 


그런데 파일을 열어보니 너무나 놀라웠다. 

바로 첫 페이지 작성자의 위치에 '머리가 복잡한 s주무관'이 보였기 때문이다.

분명 본부 자료는 아니었다. 

'세상에 유포 안되고 잊혀지는 자료'라는 부제의 매뉴얼을 만드신 '머리가 복잡한 s주무관'님이 작성한 30쪽이 넘는 실무자를 위한 매뉴얼은 '울림'그 자체였다.


이 정도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s주무관님이 쏟아냈을 시간과 열정에 순간 숙연해졌다. 

그리고 울컥해지기도 했다. 이런 공무원이 있긴 있구나. 

내가 바랐던 그런 공무원이 우리 부에도 있긴 있었구나.


money, happy, smile department에 소속된 '머리가 복잡한 s주무관' 님을 보면서 다시 한번 나를 뒤돌아봤다. 내가 정말 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를.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 정도로 진심이었는지를.


이렇게 또 한 명의 스승이 생겼다. s주무관님처럼 좋아한다는 말은 담당하게 하되, 좋아한다는 표현은 크게 구체적으로 하는 공무원이 되어야겠다. 이 마음이 오래 오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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