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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Jun 02. 2024

뼛속까지 문과생이 테슬라를 만나면 생기는 일

김주무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모델 y 듀얼이에요?"

- 아 모르겠는데

"완충하면 총 몇 킬로까지 나오는데요?"

-아 그건 잘 모르겠는데

"전비는 어느 정도 나오는 거 같아요?"

-아 역시나 그것도 모르겠는데.


"배터리 성능은 어떤 거 같아요? 좋아진 거 같나요?"

-것도 알지를 못해서.

"뒷자리 승자감은 좋아졌어요? "

-뒷자리에 아직 앉아 본 적이 없어서.

"운전은 해 본 거죠?"

-확실히 해 봤지. 어제오늘 출퇴근을 테스리와 함께 했지.


회사 동기는 몇 가지를 추가적으로 물었으나 나는 시원한 답을 하지 못했다.

답답했던 동기는 '나'라는 사람의 특징이 기억났는지 이런 질문을 마지막으로 했다.


"왜 테스리예요?"

이 질문엔 확실하게 대답을 했다.

-뭔가 무겁더라고 하체비만 같은데 날씬한 척하는 20대 후반의 자신감이 가득한 사람 같다고 해야 할까.

-어떤 면에선 자존감이 매우 높은 스마트한 비서 같기도 하고

-한 가지를 부탁했는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두 가지 이상을 해낸다고 해야 할까.^^



어느 날, 남편이 테슬라를 집으로 데려왔다.

바야흐로 6개월 전부터 남편은 올라가는 기름값에 수시로 연비를 계산하면서 자주 괴로워했었다.

1년 전에 집에 들어 온 힘이 좋은 자동차 녀석이 너무 기름을 자주 먹는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자주 기름을 먹을지 몰랐다면서 급기야 잠도 잘 못 이루기 시작했다.


문과생이지만 숫자에 밝아 인생 최대 화두가 '가성비'인 남편은 그즈음부터 '전기차'의 장점을 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20분씩 듣고,  퇴근해서 산책하면서 1시간씩 들었고, 주말 이틀 3시간씩 들었다. 동시에 연비가 낮은 지금의 힘센 녀석으로 인해 본인의 삶이 아주 불행하다는 것도 덧붙였다.


남편은 나를 안다. 자주 얘기하면 P 성향이 백 프로인 내가 아주 충동적으로 그 미끼를 물 거라는 것을 말이다.

어느 날, 집 근처 호수의 잉어들을 보면서 산책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말했다.


  "그럼 그 전기차 이때까지 내가 몰았던 차들이랑 운전하는 방법은 같지?"

남편은 즉시 전기차 시승을 예약했다.

시승해 보니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다루는 방식이 기존 차와 약간 달라 나는 당황했었다.

하지만 미끼를 물어버린 후라 그런 나의 당황스러움과 상관없이 4개월 후 나는 전기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2주 정도 사용했을 때까진 전기차의 이름은 '테스리'였다.

이후 '테스리'는 '미스터 존 테슬라 제너럴'로 이름이 바뀌었다.

막상 운전을 하고 다녀보니 '넌 장군이었구나'

먼 우주에서 한 줄기 빛처럼 강한 느낌이 왔다. '그것도 육군 장군'


장군님과의 출퇴근은 좀 묵직하다. 하지만 내가 마음먹은 대로 부드럽게 가 준다.

장군님의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능력은 아직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특히 장군님의 능력은 계속 업데이트된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단지, 나는 부러웠다.

' 나도 계속 업데이트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부족함에 대해 니의 모니터링과 주변인의 모니터링을 투입하면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나온다는 상상을 해본다.


와이파이가 되는 버스를 탔을 때 다운로드 한 후 버스에서 내리면 더 나아진 나의 모습을 실행하면서 집으로 걸어간다면 얼마나 신날까.


보고서 작성이 서툴었는데 업데이트된 능력으로 깔끔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고

팀장님과의 어려운 관계를 편한 관계로 만들고 화해하지 못한 친구에게는 나이스하게 사과한 후 예전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도 장군이 되는 건가. ㅎㅎㅎ



그런데 왠지

나는 계속 업데이트되면 안 되는 인간일 거 같.   먼 우주에서 한 줄기 빛처럼 촉이 온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뼛속까지 문과생인 인간이 테슬라를 만나면 기능은 모르고 이름만 짓고 우주의 빛 보고 우주의 숨결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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