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용병이 아니라 선교사를 채용하라 #250824
아웃컴에서 1년간 근무하셨던 팀장님이 이번에 좋은 기회로 이직하시게 되었다. 붙잡을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퇴사 전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Outcome은 초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뛰어난 인재를 모셔올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큰 어려움은 따로 있었다.
뛰어난 인재가 계속 Outcome에 머물며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 이 경험은 나에게 채용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깊게 하게 만들었다.
첫 직원을 채용하는 데까지 6개월이나 걸린 회사가 있다. 바로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는 수천 명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수백 명을 인터뷰한 끝에 첫 번째 직원을 채용했다.
왜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첫 엔지니어를 조직에 들이는 것은 DNA 칩을 회사에 심는 것과 같다.
만약 첫 엔지니어를 성공적으로 채용했다면, 딱 그 사람과 같은 천여 명의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첫 직원을 뽑는 일은 곧 회사 문화의 모형 DNA를 결정하는 일이다. 적임자가 없으면 차라리 그 일을 추진하지 않고, 적합한 사람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
많은 직원을 채용한다고 해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이 많아질수록 생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결국 회사에 필요한 건 올바른 초기 DNA를 심을 수 있는 분이다.
그렇다면 Outcome 같은 초기 기업에 맞는 사람은 누구일까?
Outcome은 아직 시드~Pre-A 단계다. 이는 곧 우리가 아직 시리즈 단계에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산업과 사업의 방향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상황은 채용자와 지원자 모두에게 어렵다.
설득을 당하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 회사는 방향성이 약하고, 체계가 없다”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설득하는 대표 입장에서는 “우리가 크게 될 것”을 이야기해야 하지만, 동시에 방향이 계속 바뀔 수 있다는 구조적 모순을 설득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90%가 실패한다는 전제를 안고 간다. 현실과 부딪히면 전략을 바꾸거나,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은 단순히 스킬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변화가 있다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그 과정에서도 스스로 역할을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불확실성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사람
이러한 인재가 더욱 필요하다.
과거 나는 전략을 잘 짜는 사람들, 이름난 회사에서 이미 증명된 인재들을 Outcome에 모셔온 적이 있다. 그분들은 뛰어났지만 오래 함께하지 못했다. Outcome의 상황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초기 팀원은 지금 당장 업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을 데려가야 한다.
6개월 뒤, 1년 뒤에 활약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지금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Outcome이 필요한 건 미래의 가능성만 있는 사람이 아니다. Outcome의 현재를 당장 함께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권도균 대표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스타트업은 용병이 아니라 선교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즉, 단순히 돈과 조건 때문에 일하는 용병이 아니라, Outcome의 비전에 공감하고 그 길을 함께 걸으려는 선교사 같은 마음을 가진 동료가 필요하다. Outcome의 초기는 특히 더 그렇다. 불확실성과 변화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스펙이 아니라 신념과 낭만이기 때문이다.
채용도 Outcome의 철학과 같다. Outcome이 실행을 통해 고객을 만들듯, 채용 역시 실행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가?
Outcome의 현재와 맞는가?
불확실성 속에서도 함께 버틸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Outcome의 채용 기준이다.
회사는 작년대비 3배의 매출 성장하였고 업무량은 더욱 많아졌다. 그렇지만 일손이 부족해서 공포심에 따른 채용은 지양한다. 이럴수록 더욱 더 신중하게 채용을 검토하고 검토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Outcome이 지금 필요한 건 화려한 전략가도, 멋진 커리어를 가진 분도 아니다. Outcome이라는 이 배를 함께 노 저어 나갈 선교사 같은 동료 한 명이다. 적당히 괜찮아서 아니라 Outcome이 추구하는 길 자체에 공감하고, 그 길을 스스로의 사명처럼 여기며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 회사가 전달하는 동기부여는 쉽게 끝나기 마련이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문제해결을 함께 풀어나갈 의지가 있는 분.
이러한 분이면 조건을 아끼지않고 지옥에서라도 모셔올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