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하는 팀’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팀’으로 #251026
공동창업자 명규님과 주말에 술 한잔을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창업한 지 2년이 넘었는데 ‘그냥 술이나 한잔하자’며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내가 요즘 혼자 지내는 게 안쓰러워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참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 그 변화는 단순히 회사의 규모나 매출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점에서였다.
요즘 Outcome의 매출을 계산해 보면, 올해는 무난히 4억을 넘길 것 같고 지금까지 누적매출로는 6억에서 7억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이 숫자들이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어색하다. 창업 초반엔 “어떻게든 살아남자” 하며 버텼는데, 이젠 그 돈이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 묘했다. ‘우리가 이렇게 벌어들이는 돈은, 정말 우리가 고객에게 준 가치의 크기일까?’
이게 우리가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의 핵심이었다. 돌이켜보면 국내 고객 발굴 서비스를 하면서 우리는 여러 번 한계를 느꼈다. 성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공헌이익은 크지 않았다. 특히 아웃바운드 콜까지 우리가 직접 수행했을 때는 결과가 확실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채널은 너무 비쌌다.
더 큰 문제는 고객의 인식이었다. 성과를 만들어도 고객 입장에서는 우리가 무언가 대단한 기술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느끼지 못했다. 국내 고객 중 한 건설사 대표님은 우리 서비스를 통해 매출이 약 20억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도 그 대표님은 “좀 더 열심히 해달라”라고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기술이 아닌 사람을 투입해서 하는 일 아닌가?’ 그렇게 인식되면 그 가치는 '우리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 대체가능이 명확하기에, 인턴 한 명의 인건비 이상을 받기는 어려웠다. 성과는 나오는데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는 일, 그건 조직에 큰 피로를 남긴다. 그 시기를 우리는 꽤 오랫동안 지나왔다.
하지만 해외 고객 발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Clay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기술을 통해 우리가 직접 시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메일과 LinkedIn을 활용한 아웃바운드는 기존 대비 3~5배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고객들이 Outcome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들은 우리를 단순한 대행사가 아니라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Outcome은 다시 일의 본질을 되찾았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메시지를 대신 보내주는 팀이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데이터와 기술로 풀어주는 팀이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높은 비용을 받게 되었다. 그건 단순히 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가치가 증명된 대가’였다. 성과는 숫자로 남았지만, 진짜 변화는 ‘우리가 다루는 문제의 깊이’에서 시작됐다.
요즘 Outcome의 가능성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해외 고객 발굴 서비스를 찾는 기업들이 먼저 연락을 주기 시작했다. 심지어 무역상사에서도 연락이 온다. 그들 입장에서는 기존 거래처를 넘어 새로운 거래선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Outcome 같은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시장 자체의 변화 신호다. 어쩌면 언젠가, 그런 규모 있는 상사가 Outcome을 인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가 있는 시장은 빠르게 열리고 있다.
우리는 지난 6월, 팀원들 앞에서 하나의 약속을 했다.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아웃바운드 실력을 늘리자.” 그건 단순히 교육이나 훈련의 이야기가 아니라, Outcome이 앞으로 어떤 회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 선언은 실제가 되었다.
지금 우리의 아웃바운드 실력은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서 Clay 서비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Expert로 선정되었고, 이제 우리는 Clay의 공식 파트너사로서 솔루션 연동과 공동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게 된다. 그건 단순한 외부 협력 이상의 의미다. 우리가 실행으로 배운 노하우가 이제는 기술과 구조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Outcome은 ‘남들보다 먼저 써본 팀’이 아니라, ‘남들이 배우러 오는 팀’이 되었다. 실력은 결국 결과를 설명하는 가장 솔직한 언어다. 우리는 그 언어를 이제야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제품의 방향성도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우리는 잠재고객을 선별하고, 그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하는 단계까지는 Clay 같은 외부 솔루션을 활용한다. 하지만 여러 채널을 통해 발송된 메시지를 통합 관리하고, 그 성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은 아직 세상에 없다. Outcome이 지금 만들고 있는 제품이 바로 그것이다.
비영어권 기업이 영어권 시장에 진출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에 따른 관리’다. 여러 플랫폼과 채널을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대화와 반응, 그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Outcome은 그 공백을 메운다.
즉, 우리는 단순히 고객을 ‘찾는’ 회사를 넘어, 고객과 ‘시장을 잇는’ 시스템을 만드는 팀이다. 이렇게 포지셔닝이 잡히니 개발 속도도 붙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팀 전체가 가능성을 느끼며 다시 ‘생기’를 되찾고 있다. 결국, 팀의 에너지는 숫자가 아니라 ‘확신’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금의 Outcome에는 그 확신이 있다.
돌아보면 지난 2년은 돈을 버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2년은 가치를 증명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단순한 서비스 회사를 넘어, 고객이 해외 시장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첫 발을 함께 만들어주는 팀이 되려 한다.
Outcome의 성장은 매출이 아니라 ‘이해의 폭’으로 측정될 것이다. 우리가 만든 돈보다, 우리가 만든 길이 더 오래 남을 것이다. 그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Outcome이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다.
“우리는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짜 의미는, 그 돈으로 고객으로 더 큰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