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증 혹은 의도된 광기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어니스트베커Ernest Becker(1924-1974)는 현대사회의 현실은 반복해서 노골적인 광기에 빠져드는 대규모의 집단 신경증이며, 신경증은 병의 증상이라기보다는 자가 치료의 시도라고 보았다.
현대의 정신이 자랑하는 특징은 바로 광기다. 광인만큼 논리적이고 원인과 결과의 세부 사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인과에 연연-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선택이며 그로 인한 결론은 무엇이였는가?). 광인들은 우리가 아는 가장 위대한 추론가들이고, 그런 특성은 그들의 실패의 원인에 속하는 것중 하나다. 그들의 삶에 필수적인 모든 과정이 정신 속으로 쪼그라든다. 제정신인 사람에겐 있지만 그들에겐 없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개의치 않는 능력, 상황을 무시하는 능력, 긴장을 풀고 세상을 비웃는 능력이다. 그들은 편히 쉴 수 없고, 파스칼이 그랬던 것처럼 상상의 내기에 자신의 전 존재를 걸 수 없다.
'광인만큼 논리적이고 원인과 세부 사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는 베커의 말은 과연 일리가 있다.
이를 우리가 소위 말하는 덕질로 치환해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덕질이란 무엇인가?
개인의 기호를 바탕으로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한 지점을 찾아 편집증적으로 파고드는 '짓'이다.
그들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디테일에 정통한 이들도 없다.
특정 분야의 논문을 쓰는 박사들은?
그들도 그 분야의 덕질력 최고봉인 사람들이다.
평범한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일개 곰팡이균 하나에 평생을 갈아 넣어 매일 매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이 자가 치료의 시도라 보는 이유는,
어느 한 가지에 골몰함으로써 존재의 본질과 무게 그리고 필연적인 공허감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베커는 ‘자기인식’을 악(evil)으로 보았던 것 같다.
자기인식 혹은 자아는 죽음을 인지한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
유한한 존재의 필멸의 생이 선사하는 자각.
그렇다면,
광인에게 지옥이 존재할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인간들은 자기 자신이라는 악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무언가에 미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