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돈은 누구의 손에 있어야 하는가

중소기업 자금관리의 통제절차

by 이대팔

2022년 1월 3일,
연초부터 터진 ‘오스템 임플란트 1,800억 횡령 발생’이라는 뉴스기사를 보며 경악을 했었다.


해당 종목에 투자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 역시
‘내가 투자한 회사도 혹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신경이 곤두섰던 기억이 있다.


나처럼 관련 직무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그 규모에도 놀랐지만, 시가총액 상위권의 중견상장기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가 더 큰 충격이었다.


결국 내부 업무 시스템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사들은 잊힐 만하면 종종 뉴스에 등장한다.
은행원의 횡령 뉴스, 경리직원의 횡령, 뉴스에 나오지 않는 업계 사람들만 아는 횡령사건들 역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회사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의 프로세스를 만들어 두기도 하고, 대표의 가족이나 친인척 등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자금관리 자리에 앉혀두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과거 오래 근무했던 상장회사의 CFO는 대표이사의 친동생이었고, 주니어시절 근무했던 스타트업은 사촌동생이 자금관리를 총괄관리했다.


어떤 회사 대표님은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법인통장을 맡겨두고, 직원들이 단체 카톡방에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를 올려 자금집행을 요청하면 집에서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도 한다.


어떤 회사는 전 직장 자금팀에서 함께 일했던 믿을 만한 옛 동료에게 창업 후 회사 자금관리를 외주로 맡긴다.


매출이 100억 원대에 이르는데도 대표가 직접 법인통장 인터넷뱅킹 인증서를 보관하고, 자금 담당 직원이 한 달치 지출 예상액을 미리 요청하면 전도금 형태로 메인 통장에서 실무 통장으로 이체해 주는 회사도 있다.


뱅킹을 잘 다루지 못하는 어느 대표님은 위의 사례처럼 전도금으로 집행하면서, 이른바 ‘쌍팔년도 방식’으로 은행 인출 슬립(Slip)에 법인통장 도장을 찍어주는 회사도 있었다.


자금관리 절차나 통제 절차를 만들 여력이나 절차를 구축할 중견 인력이 없거나, 혹은 회사 직원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회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방식들은 여러 가지 부가적인 문제와 절차적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


무엇보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대표 혼자서는 감당이 불가능해지고, 업무 효율 역시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글의 초점은 매출 100억 원 전후의 제조업 기업을 염두에 두고, 외부감사를 앞두고 있거나 외부감사를 처음 받는 단계로 아직 내부 프로세스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기업을 상정하고 작성하였다.


자금관리에 있어 실무의 기본 틀을 잡아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구조가 된다.


자금업무는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즉 ‘수입(收)–지출(支)’ 관리가 일상적 업무핵심이다.

여기에 시기별 계획을 세우고, 집행 실적을 기간별로 관리하는 것이 기본 업무라 할 수 있다.


수입 항목으로는 매출처로부터의 수금 주기 관리, 외상매출금·선수금 수금 여부 확인, 받을어음 만기 입금, 부가세·관세 등 세금 환급, 이자수입 등의 항목이 일반적이다.


그 외에 유상증자 대금, 사채 발행 대금, 은행 대출금 입금, 정부 지원금 등 비정기적 수입 항목들이 있다.


일머리가 있는 실무자들은 사전에 이번 달 수금 대상 거래처, 대상 금액, 일정 등을 영업팀 등 관련 부서와 확인해 월 단위 수금 계획을 엑셀 등으로 정리해 둔다.


수금이 지연될 경우에는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 극단적으로는 채권 추심 절차까지 수행하게 된다.


지출은 수입에 비해 관리 항목이 훨씬 많고, 회사가 비교적 통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자금 업무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지출 항목으로는 급여, 4대 보험, 전기세 등 공과금, 소득세·부가세·법인세 등 세금 납부, 법인카드 대금, 이자 비용, 직원경비 등 정기적·비정기적 고정비가 있다.


대부분 결제일이나 법정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실무자는 일정표나 탁상달력, 요즘에는 노션과 같은 툴에 기록해 누락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외상매입금처럼 매입처 정기 결제 항목이나 총무 거래처 등 간접 부서 비용인 미지급금은 정해진 결제일에 지급되지만, 매출에 따라 변동되는 경우가 많아 비정액 변동비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설비 투자비, M&A 대금, 법인세납부 등 비정기적이면서 금액이 큰 지출 항목들이 있으며, 사전에 각 부서의 자금 소요를 취합·조정해 부서별 비정기 자금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 이때에 대표님들께서 이 취합요청에 각 부서가 협조하도록 회의 시 지시를 하거나, 자금담당 또는 자금을 관장하는 팀장을 회의에 참석토록 하게 하여 자금관리업무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고정비와 변동비는 월 단위, 분기, 반기, 연 단위 등 지급 시기별로 나누어 관리할 수 있고, 시기별 계획을 세워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자금 담당 직원이 항상 알아서 잘해주면 좋겠지만, 직원 성향에 따른 차이, 업무 경험 차이에 따라 편차가 발생할 수 있고, 중요한 사항을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수입과 지출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자금이 ‘펑크’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자금 담당자와 영업 담당자 간의 불화로 서로 말도 하지 않다가 업무 감정이 수금 관리로까지 이어져 수금을 챙기지 않는 사례도 있었고, 거래처 수금이 되지 않았는데도 아무도 챙기지 않아 뒤늦게 연락해 보니 거래처가 부도가 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개인 직원의 성실성에만 의존하거나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방치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자금수지계획을 보고하도록 절차를 만드는 것이 프로세스적 관리라 할 수 있다.


월자금수지계획과 월 단위 자금수지 실적을 작성해 계획 대비 실적 차이를 분석하고,
그 차이의 원인을 다음 달 계획 수립에 반영해 계획-실적의 오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 자료는 자금계획, 사업계획, 중기·장기 자금계획 수립의 기초 자료가 된다.


일상 자금관리 외에도 외부 자금 조달(투자 유치), 수출입 비중이 높은 경우 외환 관리, 외화 자금 환헤지,
유휴 자금 운용 등의 업무가 뒤따른다.


비위 방지를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통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자금 담당자가 오입금을 하고도 내부에 보고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다가, 외부 업체의 연락으로 오입금 사실이 확인된 경우도 있었다.


희귀한 사례지만, 매입업체 결제 시 본인 계좌로 먼저 이체한 뒤 다시 매입업체에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
인터넷뱅킹 이체 시 적요를 허위 기재하면 외부에서는 알아채기 어려운 허점을 노리고 본인 계좌를 경유하여 본인신용상승 및 개인거래실적을 높이려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이런 비위는 ‘내가 이렇게 해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안심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혹시라도 그런 마음을 먹더라도 각 단계에서 크로스체크가 가능하도록
여러 각도로 프로세스를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자산 규모 5천억 원 이상의 비상장사나 상장사의 경우,
회계감사와 별도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받게 된다.

회계감사는 재무제표라는 결과물을 중심으로 보지만,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는 재무제표가 나오는 과정을 본다.


다른 제도도 마참가지이지만, 내부회계관리제도 역시 위의 횡령사건등 사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감시하는 절차를 만든 것이고, 점차 그 감사절차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감사에서는 자금관리 규정, 권한관리 절차, 입·출금 샘플링 감사 등이 이루어지며, 전체 감사 범위 중 자금관리 영역이 약 40%가량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자금관리는 매우 중요한 감사대상 영역이다.


자금 집행자와 회계 담당자를 인적으로 분리해 상호 견제 구조를 기본으로 설계한다.


거래처 전산등록, 계좌 정보 전산등록은 공식 지정된 직원에게만 권한을 주고, 인터넷뱅킹 이체 등록자, 이체 승인자, 이체 한도 변경 권한 등에 대한 절차나 권한을 분리하며, 고액 자금지출의 경우 CFO 또는 대표이사의 OTP 승인 등 다단계 자금 집행 절차를 두는 것이 일반적 매뉴얼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좀 더 상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자금 내부통제 절차의 중요성은,
앞서 언급한 1,800억 횡령 사건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자금관리 담당자와 대표님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관념적 중요성 인식에서 더 나아가 자금통제절차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지가 중요하며, 이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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