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나이트런 #우중러닝
오늘(9월 11일 수요일)도 달렸다.
오늘은 94번의 달리기 중에 '트랙 위 러너 수' 기록을 경신한 날이다. 9월 폭염 와중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러닝 크루만 해도 예닐곱 팀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 수만 따져도 100여 명은 될 듯싶었다. 추가로 수십 명의 가족 클래스 팀도 대기 중이었다. 어린이집에 다닐 것 같은 친구들까지 몸을 풀고 있었다. 그야말로 초만원.
어제보다 낮아진 기온도 한몫을 한 것 같았다. 열기와 습함은 좀 있지만 바람은 속일 수 없었다. 거기다가 이제 대회도 코 앞으로 다가왔으니 마음 급한 사람들도 꽤나 있으리라 생각됐다.
그런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지난번처럼 스프레이 뿌리듯 하다 말겠지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후둑후둑 떨어지는 것이 빗방울이 꽤나 컸다. 9월에 우중런이라니! 너무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9월 폭염 덕분에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좋은 것도 잠시였다. 비는 빠르게 굵어졌다. 느낌이 왔다. 머리와 몸이 적당히 젖어갈 때 즈음 바로 비를 피했다. 엄청나게 퍼붓는 가을 소나기였다. 정말 장맛비처럼 내렸다.
그 순간 트랙엔 축제가 열렸다. 처음 트랙 위에서 비를 맞았던 날을 기억한다. 그래서 그 마음을 안다. 야간 라이트를 뚫고 내리는 장대비, 그 비를 맞고 달리는 나, 비는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고, 뜨거운 무릎을 식히며 신발을 적시고,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와 거친 숨소리를 내뿜는 완전 멋진 자신의 모습을 다들 상상하고 있었을 거다. 셀프뽕이 극한까지 차오른다. 이성과 섞여서 뛰고 있는 크루의 행렬 위로 뽕의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좋을 때다.
비 덕분에 제대로 인스타각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빗 속을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아마 오늘 #우중런 #우중러닝 해시태그가 넘쳐났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크루들은 비를 맞으며 트랙을 돌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추억을 쌓고, 자뻑 도핑을 하느냐 엄청난 비를 견디고 있었다.
비는 10여분 넘게 엄청난 강도로 퍼부었다. 10여분이 지나자 가족 클래스팀만 남고 다른 러닝 크루는 모두 해산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외모도 소중한 청춘들이어서 더 이상 망가질 순 없었을 듯싶었다. 물론 나는 피해 있었다. 나는 얼마 후면 100번째 달리기를 하는 중수 런린이다. 소나기를 잠시만 피하면 그치게 마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비가 오는 10여분 동안 비를 피하면서 제자리 뛰기로 보강 훈련을 하며 사람들의 행동을 구경하고 있었다.
가족 클래스팀은 마치 워터파크에 온 것 같았다. 아이들은 물이 빠질세라 일부러 물이 고여있는 곳에 가서 첨벙거렸다. 비가 퍼붓는 트랙을 흠뻑 젖은 채 뛰어본 경험은 흔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10여분의 워터쇼는 막을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빗줄기가 완연하게 약해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우중런 분위기도 내고 시원하게 뛰고 일거양득이었다. 그쳐가는 비였지만 몇 km를 뛰니 신발이 모두 젖었다.
뜨거운 9월도 가치가 있었다. 올해 우중런은 8월에 끝난 줄 알았는데 9월에도 우중런을 해버렸지 모야. 완전 럭키비키잖아! 이런 식으로 원영적 사고를 하며 오늘의 긴 러닝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