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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Sep 30. 2024

252. 논란의 카본화에 대한 개인적 생각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런린이 #카본화


    논란이 있다는 건 이목과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한 마디씩 자기의 경험과 생각을 얹는 것이다. 관심이 있으니 그냥 지나가면 될 일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미드풋과 더불어 세트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카본화'다. 카본화는 카본 플레이트가 러닝화의 중창(미드솔)에 삽입되어 있는 신발을 말한다. 카본화에 대해서도 여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 논쟁은 매우 글로벌한 논쟁 중 하나다. 


    100회 달리기를 얼마 전 넘긴 런린이의 입장에서 카본화 논란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카본화의 역사>

    러닝화에 카본 플레이트를 넣는 아이디어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1990년대 리복에서 최초로 카본 플레이트 러닝화를 내놓긴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카본 플레이트 러닝화는 2017 년에 출시된 Nike Vaporfly 4 %로 본다. 



    특히 2019년 마라톤 대회에서 킵초게 선수가 카본 플레이트가 삽입된 러닝화를 신고 2시간의 벽을 깨면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때 킵초게는 카본 플레이트가 4장 들어간 신발을 신었다고 한다. 세계육상연맹은 1장만 허용하기 때문에 이 기록은 비공식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카본화의 장점>

    러닝 이코노미를 증가시켜 준다는 것이 카본화 예찬론자들이 꼽는 최고의 장점이다. 발이 지면을 밀어내는 힘을 증가시켜 주고,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줄여주어 러너의 피로를 줄여준다. 무게도 가벼워서 전반적인 에너지 절약이나 퍼포먼스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누구를 위한 장점인가?>

    그런데 말입니다... 이것은 누구를 위한 장점일까요? 카본화는 태생이 엘리트 선수의 기록 단축을 위한 것이다. 결국 모든 장점은 엘리트 선수를 위한 것이다. 마라톤에서 2시간의 기록을 내려면 100m를 17초에 뛰어야 한다. 100m 17초 페이스를 2시간 동안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카본화는 평지를 1% 정도의 내리막을 달리는 것처럼 만들어 주는 기능으로 100m 17초 페이스를 유지하게 해 준다.


    엘리트 선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강한 반발력과 경량성 그리고 빠른 속도에 최적화가 되어 있는 것이다. 혹시 최근엔 레크리에이션 러너 전용 카본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카본화는 엘리트 선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출처 : Nike


<카본화의 단점>

    가장 큰 단점은 부상 위험성이다. 높은 지상고와 강한 반발력에 의해서 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제한되며 이는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런린이나 폼이 불안정한 러너들은 발목, 무릎, 고관절 등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부상이 생기는 또 다른 이유는 '장비빨'을 본인의 실력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착각 초기에는 몸이 받아주지만 누적이 되면 큰 부상이 생길 수 있다. 초보 운전자가 F1 머신을 운전한다고 생각해 보면 결과가 어떨지는 안 봐도 쇼츠 아니겠는가?


    부가적인 단점으론 발 모양에 따라선 안정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또한 '지우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약하다. 보통 200~300km 마일리지면 기능이 저하된다고 한다. 지우개라도 가격이 싸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카본화는 대부분 초고가다. 고가 = 고기능 = 고퍼포먼스로 이어지는 마케팅이 그대로 적용된 상품이다. 


<누구의 단점인가?>

    누가 봐도 단점은 일반 러너, 레크리에이션 러너가 대상이다. 엘리트 선수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체력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그들도 카본화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카본화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건 엘리트 선수들이다. 


    반면 보통의 러너들에겐 체력도 기술도 없다. 현실에 가보면 정말 '멋진 자세'로 뛰는 러너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심지어 엄청 빠른 속도로 달리는 러너인데도 폼이 이상(?)한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카본화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적응 전에 부상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카본화는 빠른 속도에 알맞은 신발이기 때문에 적당하게 뛰는 경우에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신발은 도구다. 목적에 맞게 쓰는 것이 도구를 제일 잘 활용하는 비결이다. 내가 서브 3인데 2시간 59분 59초라도 좋으니 서브 2를 찍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카본화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반면 거리, 속도, 기록 같은 거 전혀 관심이 없고 매일매일 햇볕 쐬고, 바람맞으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카본화는 쓸모없는 도구일 뿐이다. 오히려 나의 약한 체력, 잘못된 자세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신발이 최적의 도구가 될 것이다. 안정화나 쿠션화 중에서 내 발 모양에 잘 맞고, 발이 신발 안에서 놀지 않게 잘 잡아주는 신발이 더 좋은 선택지다. 


    자전거 타기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유행이 정점을 향해가자 입문차 가격이 1백만 원이 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500만 원이 되었다. 그러더니 1천만 원짜리 자전거가 흔해졌다. 자전거는 차대 무게가 적을수록 비싸다. 물론 구동계나 휠도 비싼데 어차피 결국에 가벼우면 비싸다. 이해할 수 없는데 그런 비싸고 가벼운 자전거에 덕지덕지 부속물을 장착하고 탄다. 그리고 결국 자전거는 엔진(다리힘)이 성능을 좌지우지한다. 철TV도 엔진을 잘 만나면 언터처블이 된다. 진짜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왜 논란이 되었을까를 생각해 봤다.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 보면 논란거리가 없다. 세계 팁티어 선수들을 데리고 인간의 벽을 기술로 깨 보겠다고 만든 것이 카본화다. 그걸로 끝이다. 


    그걸 일반인이 신어도 되냐 마냐가 논란거리가 된 것이다. 이게 논란이 될 일인가?


    이게 논란이 되어 일반 러너가 신어도 된다면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일까? 그렇다! 바로 신발 제조사다. 기업 입장에서 수요를 확대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상품이 아니라 꿈을 판다고 하지만 '너도 최고의 선수처럼 뛸 수 있어!'라는 말은 정말 꿈같은 말이다. 정말로 땅을 박차고 뛰는 일은 정말 정말 생각처럼 되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생기는 제조사의 입장에선 논란은 아주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럼 중요한 소비하는 사람의 자세다. 소비를 할지 말지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내돈내산 하겠다는데 뭐랄 사람은 없다. 스스로 좋다고 믿겠다는데 그걸 말릴 사람도 없다. 


    결국 이건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이게 논란이 되려면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모두 카본화를 신어야 한다거나, 100회 이상 달린 사람은 의무적으로 카본화로 바꿔야 한다거나 할 때다. 그게 아니고선 누가 카본화를 신던, 카본화 할아버지를 신던 논란이 될 수 없다. 


    카본화를 신었더니 러닝 이코노미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과학자나, 신고 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유튜버나, 모든 카본화를 다 신고 달려봤다는 러닝 리뷰어가 꼴 보기 싫을 순 있다. 모두 자기 이익대로 사는 거니까 그런 건 기분이 나쁘면 욕하고 넘어가야 한다. 자기 이익과 만족을 위해 기꺼이 배신을 하는 건 인간 종특이니까 어쩔 수 없다. 

    

    선택을 할 때 알고는 하자. 저 신발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고, 장점은 누구의 것이고, 단점은 누구의 것인지를 알자. 스스로가 내돈내산 한 제품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지 판단해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싶다면 사면된다. 전혀 문제가 없다. 300 페이스 이하는 신을 수 없다는 규정도 없다.


    뭔가 이 논란은 만들어진 느낌이 강하다. F1 머신은 워낙 비싸서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지만 카본화는 접근 가능한 영역에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내 돈, 내 시간, 내 열정을 쓰면서 다치지는 말자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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