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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꾸 Dec 30. 2020

감자튀김 맛이 다 그게 그거 아냐?

벨기에 특산품 '감자튀김'

  네덜란드어 수업시간에 벨기에를 대표하는 것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맥주, 초콜릿,  사이클 선수인 에디 메르크스(Eddy Merckx) 그리고 그 유명한 감자튀김.

'감자튀김'이라고? 감자튀김이라니. 그러니깐 내가 아는 프렌치프라이.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사면 세트로 먹을 때 나오는 그 감자튀김이 벨기에를 대표하는 거라고?  그러면서 나온 교재의 지문은 벨기에의 감자튀김이 특별한 이유는 두 번 튀긴단다. 그럼 튀김을 두 번 튀기지 한 번 튀기나? 당연히 두 번 튀겨야 수분이 빠져나가서  바삭한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했더니 우크라이나 출신의 같은 반 학생은 자기네 나라에서는 한 번만 튀긴단다. 그래서 난 그냥 입을 다물었다. 

 

감자밭

플란더스 지역은 평평하다.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면 바로 농경지를 볼 수 있다. 유유히 풀을 뜯는 젖소를 볼 수 도 있고 그리고 이 감자밭. 

감자꽃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는 하얗게 피어 멀리서 보면 마치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는 감자꽃을 구경할 수 있다.  



감자꽃


 네덜란드어로 감자는 aardappel이다.  aard는 땅이고 appel은 사과이니 땅에서 나는 사과. 플란더스 지역에서는 aardappel 보다는 patat이라고 더 많이 부른다.   patat이 네덜란드에서는 감자튀김만을 칭하지만 플란더스 지역에서는 감자를 그냥 다 patat. 어째서 patat라고 부를까 했더니 스페인어 patata. 남미를 침공한 스페인 사람들이 감자를 가지고 오면서 그 지역 사람들이 감자를 부르던 말을 가지고 와서 그렇게 되었단다. aardappel보다는 patat 어감이 더 매력적이다. '빠따!트'



감자밭의 감자


 감자 수확은 커다란 트럭 두대가 나란히 천천히 밭을 운전하며 간다. 한 대는 감자를 퍼내어 걸러내고 바로 옆 트랙터에 그 감자가 들어갈 수 있는 연결통로가 있다. 완전 기계화라 농부가 우리가 생각하는 농부가 아닌 기계차 전문 운전수 같다.  수확을 마친 감자밭의 작은 감자들은 농장주에게 말하면 공짜로 캐어갈 수도 있다. 



어느 집 앞에 있는 감자자동판매기와 그 안의 모습


 자동판매기가 많지 않은 플란더스 지역이지만 그나마 가끔 볼 수 있는 자동판매기는  빵 자동판매기와 바로 감자 자동판매기다. 빵 자동판매기만큼 자주 볼 수 있는 편은 아니지만 농장에서 직영으로 하는 이런 자동판매기에서 신선하고 커다란 감자를 바로 살 수 있다.



말고기 소시지와 감자튀김

 벨기에 사람들은 물론 집에서도 감자튀김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frituur(프리트우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튀김가게)라고 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로 금요일 저녁에 사 먹는다. 이런 패스트푸드점에서 사 먹을 있는 건 주로 튀김 종류와 소시지, 햄버거 그리고 물론 주메뉴는 감자튀김이다. 사진에 보이는 말고기 소시지는 헨트 지역 특산품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단맛이 나고 쫄깃한 말고기 소시지를 먹는 재미에 감자튀김을 먹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다. 



2020년 가장 좋아하는  감자튀김가게를 투표하라는 광고 -사진출처 nieuwsblad.be

 

 매년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프르트우르 가게가 어디인지를 투표를 해서 선정하기도 하고 선정이 되면 인터뷰가 나오기도 한다. 감자튀김가게가 뭐가 그리 대단해서 그러냐 싶을 정도이지만 벨기에 사람들의 감자튀김에 대한 감별력은 남다르다. 감자튀김의 굵기와 얼마나 많이 튀겨졌는지 씹을 때의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그 진지함을 보면 뭘 감자튀김 가지고 저러냐 하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감자튀김 하면 벨기에야!' 하는 걸 느끼게 하는 건 네덜란드에 있는 감자튀김가게에서 쓰여있는 광고문구만 봐도 알 수 있다. '벨기에 스타일', '벨기에 소스' 라며 얼마나 좋은 감자튀김인지를 선전한다. 

 

 벨기에 감자튀김의 기원은 1680년대로 올라가는데 벨기에의 왈롱 지역의 사람들은 뮈즈강(Mass)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서 튀겨 먹었었는데 그 강이 너무 차가워 지거나 위험해져서 물고기를 잡지 못할 경우에 감자를 작은 물고기 크기 정도로 썰어서 튀긴 것이 기원이라는 설이 있지만 1735년에야 왈롱 지역에 감자가 소개되었고 그 시절 비싼 기름으로 감자를 튀겨 먹었을 리 없으니 맞지 않는단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데에는 벨기에 감자튀김이 다른 곳보다 좀 더 두꺼운 편이어서 인 것 같다. 두께가 1.3cm 전후가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피로연에서 마지막에 간식으로 준 감자튀김

 

 벨기에에서 감자튀김은 언제나 어디서나라는 말이 어울린다. 축제장에서나 파티에서나 그 마무리는 감자튀김으로 하고 아이들이 심통을 부릴 땐 감자튀김 사줄게라며 달랜다.  어느 지역에 가거나 감자튀김 가게는 쉽게 찾을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음식. 내가 느끼는 소울푸드인 짜장면이나 떡볶이처럼 그들에게 감자튀김은 소울푸드다.   




벨기에식 감자튀김 레시피

1. 감자의 껍질을 벗겨 1.3cm 사이즈 정도로 썬다.

2. 물에 잠시 담가 전분끼를 뺀다.

3. 전분끼를 뺀 감자의 물기를 키친타월로 제거한다.

4. 150도씨로 달군 기름에 4~5분 정도 튀겨낸다.

5. 실내온도(18-20도) 정도로 식힌다.

6. 180도로 달군 기름에 2~3분 정도 튀겨낸다.

7. 그릇에 덜어 소금을 뿌린다.




*이 글은 2016년부터 2020년 초까지 벨기에 플란더스 지방에 살던 경험을 토대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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