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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꾸 Jan 25. 2021

벨기에 헨트 화장실 문화

남의 나라 화장실 문화가 생각나다.

사진에 나온 남자 간이화장실을 처음 본건 네덜란드 위트렉트에서 였다. 길거리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 네덜란드 친구에게 물었었다.  



"화장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화장실이라고? 저기에서 정말 소변보는 사람이 있어? 너도 저기서 소변본 적 있어?"  


"어. 저기서 소변보는 사람이 있지. 난 그런 적 없어."


친구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이용을 했는지 안했는지야 알 수 없고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나로서는 조금 충격이었다. 도시 중심가 한가운데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화장실이라니.  그리고 그 신기한  남자용 간이 화장실이 이곳 벨기에  헨트 음악 축제 기간 동안에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성당 들어가는 입구의 5미터 앞에도 설치된 걸 보고 벨기에 사람들 대부분이 가톨릭인데 (세례 받을 때와 장례식 때 외에는 성당에 안 간다지만) 좀 너무 한 게 아닌가 했다. 물론 미관상도 아름답다고 할 수도 없고.  헨트의 여름 음악축제는 맥주회사의 스폰으로  이루어진다. 10일 내내 음악의 도가니다. 클래식부터 락, 재즈 등 모든 음악이 망라되어 공연이 벌어지고 다 무료다.  길거리 곳곳에 맥주를 팔고 있고 그러기에 당연히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한다. 공공화장실이 다른 도시보다 많은 편이긴 해도 엄청난 인파가 마셔대는 맥주의 후유증을 감당할 만큼 화장실이 많지는 않으니까.  



 화장실에 대한 문화 충격을 처음 받은 건 20여 년 전 내 첫 배낭여행지였던 인도에서였다. 길거리 구석에 화장실 비슷한 칸막이가 있는데 그곳에 남자들이 쪼그리고 앉아서 소변을 본다. 그들의 소변보는 모습을 부러 본건 물론 아니다.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게 만든 길거리 화장실이었으니. 요즘이야 남자들도 양식 변기에서는 앉아서 소변을 보지만 그 시절만 하더라도 남자들은 서서 소변을 봐야 한다는 게 당연시되던 시절이니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소변보는 모습이 신기했었다.  제법 제대로 된 화장실처럼 생긴 곳에는 수도꼭지와 작은 플라스틱 바가지가 있어서 대변을 보고 밑을 물로 닦게 되어 있었고 좀 괜찮은 곳에서는 수도꼭지 끝에 작은 샤워기가 달려 있는 비데라고 부를 만한 것도 있었다.  어떤 화장실의 위치는 지상보다 높아 계단을 올라가야 했는데 좌변식으로 그렇게 높게 올라가 쭈그리고 앉아 용변을 보는 게 불편하고 불안했었다. 인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의 화장실도 충격이 컸었다. 대중 화장실에는 옆에 칸막이만 있을 뿐이고 물을 흘려보내는 곳이 쭉 연결이 되어 있어 위쪽에서 물을 내리면 왼쪽에서부터 오른쪽까지 쭈욱 용변이 내려가는 걸 구경할 수 있는 시스템인 곳이 있었다.  20여 년 전 일이니  이젠 더 이상 그런 화장실들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축제 기간에  그런 간이화장실이 설치된 게 이해가 될만하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놀라게 한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도 아닌 제대로 설치된 이 화장실이다. 중심가는 아니고 한쪽 구석에 간간히 설치되어 있는 이 화장실. 남자가 서서 보는 쪽이 길거리 쪽이라 한 번은 볼일 보는 사람과 눈이 딱 마주친 적도 있는데 그 청년이 씽끗이 나를 보며 웃어주기까지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화장실은 헨트 남부터미널 지하에 설치되어 있는 공공화장실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곳이라 뭔가 음침한 느낌이 드는데 여느 곳보다 형광등의 불빛도 환하고 화장실의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헨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에 하나는 VOORUIT이다. 이 곳은 아트센터다.  이 곳은 성중립화 화장실(Genderneutrale toiletten)이다. 남녀 구분이 없다. 누구나 이용 가능하게 남녀 구분 표지 자체가 없다.  이 곳에 와서 처음 화장실에 가는 사람들은 화장실 앞에서 서성거리다 물어본다.


"여자 화장실이 어디예요?" 

"구분이 없어요. 아무 데나 들어가면 돼요."


이런 구분이 없는 덕분에 덜 붐비게 된다. 난 이용하는데 아무 꺼리낌이 없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노커멘트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거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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