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느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산소포화도를 매일매일 체크하는데 어떤 분의 산소 수치가 92% 정도였다
평소보다 조금 낮은 수치에 혹시 숨이 차시냐고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수치가 좀 떨어졌네.." 하며 혼잣말을 하시는 환자분
애써 못 들은 척 일하러 갔다. 왜냐하면 나에겐 16명의 환자에다가 다른 급한 환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 옆자리 환자분은 이미 너무 나빠져 기도삽관에 가래도 수시로 뽑아주어야 했다. 한 시간마다 콜벨이 울려 가서 처치하랴 주사도 놓으랴 가래 뽑으랴 먹는 양 소변 양 체크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는 하루였다.
그렇게 다른 환자분도 보며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저번에 산소 수치가 92%였던 분은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 고유량 산소(optiflow)를 사용하고 계셨는데 쓸 수 있는 최대 용량을 쓰셔도 산소 수치가 90~93%, 때로는 80%대까지 떨어졌다.
아저씨는 숨이 차지만 괜찮다 하셨다.
사실상 할 수 있는 처치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밤동안의 일들이 미뤄져 있어 급히 급히 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날이 밝아왔고 환자분에게 가니
"밤동안 수치가 50%대까지도 떨어지고 숨도 많이 찼지만 간호사 선생님 바쁠까 봐 콜벨도 안 눌렀다."며 어떻게 보면 옅게 미소 짓는 환자분에게 어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힘이 드시면 콜벨 눌러도 돼요. ㅠㅠ 그러라고 있는, 쓰라고 있는 콜벨인데..."라는 말에 그저 알겠다며 힘들게 숨 쉬는 환자분.
폐는 점차 나빠져 의미가 없으나 돌아가시기에는 젊은 50~60대의 환자분.
그리고 이틀을 쉬고 다음날 출근을 하자 그때 마침 돌아가신 환자분.
정말 조용히 가신 분이었다.
또다시 내일이 오면 새로운 환자와 만나 웃으며 이야기하고 밝아야 하겠지만 실은 안 좋아지는 환자를 보는 건 어떤 이별을 하는 건 참 익숙해지지 않은 통증 같은 것이 아닐까
또 이렇게 잘해드려야지 싶다가도
어느새 시간은 멀리 가버리는
무뎌지는 나날인가
동그라지는 돌멩이일까
나의 눈에는 그럼에도 그분의 옅은 미소에는 죽음의 공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
자신의 끝을 마무리하는 '멋짐'이 느껴졌다.
그분의 죽음에 가족들은 정말 많이도 슬퍼하셨지만 그분은 옅은 미소를 띠며 가셨으면 그것도 나름 괜찮지 아니한 인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