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입양을 결심하셨고 맘에 드는 고양이를 발견하셨다면, 그다음으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입양 날짜 전까지 고양이 물품들을 대략적으로라도 준비하는 것입니다. 저 또한 입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한 달에 걸쳐 하나하나 주문을 해서 받았는데, 토피가 오기 전까지 아래 리스트대로 구매를 했었습니다:
고양이 모래와 화장실 통 (뚜껑이 달려있지 않고 낮아서 고양이들이 드나들기 좋은 것으로 구매했습니다)
새끼 고양이용 건사료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많고 칼로리도 필요한 만큼 챙겨주는 kitten용을 사는 것이 권장됩니다. 저는 처음엔 Royal kitten으로 시작했지만 바로 Hill's Science와 Natural balance로 옮겨왔습니다)
습식사료/캔 (Natural balance의 다양한 맛이 섞여있는 캔을 줘서, 토피가 가장 좋아하는 맛이 Seafood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호도를 알 때 까지는 좋은 랜드의 여러 가지 맛, 질감 -pate, chunks in gravy, shredded, minced, flaked,...- 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발톱깎이
캣타워 (너무 높지 않되 여러 가지 기능이 있어 고양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도록... 저희는 평이 좋고 저렴한 캣타워 중 바구니, 밧줄, 통, 해먹이 있는 구성으로 샀었습니다)
캣트릿 (덴탈, 헤어볼용 먼저... 그러나 새끼가 먹다 목에 걸릴 수 있어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고양이 가방 (입양 시에 꼭 가지고 가야 합니다! 새끼 때에는 아래 바닥이 폭신한 것으로 고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고양이 밥그릇 (플라스틱으로 샀지만 도자기가 고양이 턱드름 방지에도 좋습니다)
고양이 장난감
고양이용 빗
그 이후에 한두 달 내로 주문했던 것들로는:
C.E.T 고양이 칫솔과 치약 (토피는 구내염/치주염이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구내염 편에서 더 깊게 하겠습니다)
도자기 그릇 여러 가지 (캔도 주고 물도 여러 곳에 주기 위해 다양한 사이즈로 여러 개 구매했습니다)
고양이 샴푸 (원래 새끼 -최소 6개월까지-는 샤워가 권장되지 않지만 토피처럼 관리가 잘 안 되는 보호소에서 온다면 6개월이 되자마자 날이 따뜻할 때 씻기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소형 저울 (고양이 밥 정량을 재기 위하여)
고양이 털 제거 돌돌이 (옷을 위한 작은 돌돌이와 카펫을 위한 큰 돌돌이)
를 샀었습니다. 그 후에는 고양이 분수, 자동 급식기, 어른용 화장실, 집 나가는 것을 막는 펫 게이트, 고양이 비타민 라이신 등등을 샀었습니다. 다만, 차차 기르면서 하나씩 산 것들이므로 입양과 동시에 필요한 것들은 아닙니다.
고양이 물품들을 주문한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바로 "괜찮은 동물병원을 수소문해두고, 입양하고서 최대한 빠르게 데려가는 것"입니다. 길이나 보호소에서 온 친구라면 더더욱이 그렇습니다. 제 경우에 토피는 수의사 선생님을 만났고 1차 백신까지 모두 맞았다고 했지만, 주인은 토피의 성별조차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노랑이들은 95%의 확률로 남아인데, 주인은 여아라고 소개했습니다... 덕분에 입양 다음날 동물병원에서 she? he? she? 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주변의 고양이 주인들이 추천해주는 병원을 가는 것이 가장 좋고, 소개받을 수 없는 경우, 평이 좋고 거리가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고양이는 차도 싫어하고 이동도 싫어하니 이동시간이 최소화되어야 편하게 자주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동물병원에 가셔서 "처음으로 입양하려는데 검사를 한번 싹 해주세요"라고 부탁드리면, 눈으로 하는 검사부터 시작해서 채혈, 백신까지 모든 것을 진행해 주실 겁니다. 한국과 미국의 시스템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희는 체중과 체온을 재고, 눈-귀-코-입을 의사 선생님이 눈으로 확인해주시고, 배를 만져 본 다음에 피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피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FIV/FELV(고양이 에이즈)인데, 길고양이나 보호소에서 온 경우 감염 확률이 다른 일반 고양이들보다 훨씬 높으니 꼭 체크되어야 하고, 단독 입양이 아니라 합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무조건 선 확인이 되어야 합니다.
토피의 경우에는 다행히 FIV/FELV negative가 나왔지만,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전전하다 보니 오던 날부터 지저분했고, 관리가 전혀 안되다 보니 삐쩍 마름 + 눈병 + 귓병 + 회충 (일반 고양이들이 한두 번 하면 된다면 저희는 네 번까지 진행했습니다) + 더러움으로 다른 테스트들에서 대부분 통과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거의 한 달에 한두 번씩 병원에 다니며 백신 1/2/3차, deworm (기생충 치료 - 보통 1-2회면 해결이 되는데, 저희는 4차까지 진행했습니다), 결막염, 귀 진드기 치료 여러 번 (의사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보여주신다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면봉으로 매일매일 청소를 해줘도 완치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등등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의 경우 고양이 의약품을 큰 마켓들 (코스트코, 자이언트 이글 등)에서도 구매가 가능한데,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다면 꼭 통원치료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다른 문제가 없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특히 귀진드기의 경우, 면봉으로 닦여 나오는 게 없어도 귀 속 안에 숨은 진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회충 또한 그렇습니다. 배가 빵빵한 게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회충 때문인지 일반인은 알기가 힘들고, dewormer을 먹여도 구충이 안되면 좀 더 센 약으로 다시 진행해야 하는데 이 또한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힘든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앉아서 과거를 회고하며 적어보니 이모저모로 돈도 제법 들었고, 계속 약도 먹이고 관리도 해야 했고, 아침에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바로 잡아다가 병원으로 뛰어갔던 적도 때때로 있었네요. 얼마 안 되는 박사 월급에 밑 빠진 독과 같았지만, 그래도 쑥쑥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던 새끼 고양이 시절이었습니다.
토피와 코코의 합사까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아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고양이들과의 에피소드들과 함께 따로 적겠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포인트는 1) 여력이 되면 (이미 친분이 있는, 혈연이 아닌 경우 기왕이면 성별이 같은) 두 마리를 동시에 데려오면 가장 좋고, 2) 그게 아니라면 첫째와 둘째 사이에 갭이 확실히 있어서 (예를 들면 성묘 vs 새끼) 초장에 서열을 가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둘째가 들어오면 첫째 편을 들어주고 굳이 싸움을 갈라놓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현재 코코는 토피의 1.5배-2배 정도 되는데, 생각보다 처음 입양할 때 개월 수 차이, 사이즈 차이가 많이 나서였는지, 성묘가 된 지금에도 처음에 잡힌 서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중성화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토피 코코뿐만 아니라, 좋은 곳으로 떠난 제 마음속의 1번 강아지 미미 이야기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20180315
토피코코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