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까지 고양이를 키워온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집사이지만,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어오면서 지나왔던 길에 대한 기록 겸, 다른 고양이들을 키우시는 분들 중 비슷한 일을 겪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 구내염은 저와 저희 아이들이 함께 지고 가야 하는 여러 가지의 큰 짐들 중 가장 처음 알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시면 생각보다 고양이 구내염, 치주염에 대한 정보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나이가 많은 고양이, 길고양이들의 경우들이 차지하고 있다 보니 "아, 고양이 치과질환은 세월이 지나가면서 관리를 못해주면 겪게 되는 일종의 만성질환이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토피의 만성 구내염의 나름 긴 역사는 입양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입양 다음날 병원에 찾아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고개를 갸웃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고양이가 잇몸이 좀 많이 빨간 것 같아... 아기니까 아직 이갈이를 해야겠지만, 지켜봐야겠어요."라고요.
그리고 그때 당시만 해도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이갈이를 하면 좋아지겠지, 우리 집에서 좋은 사료를 먹으면 좋아지겠지, dental treat을 주면 좋아지겠지, 약도 먹고 있잖아.... 그러나 6개월이 지나 유치가 영구치로 바뀐 다음에도 입냄새는 줄어들지 않았고, 토피는 여전히 잘 다물지 못한 채 잠이 들었고, 잇몸은 여전히 빨갰으며, 입냄새도 제법 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 구내염과 치주염이 의심된다는 진단과 함께 2차 병원으로 올라가라는 (당시에는 나름)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2차 병원에 가는 날까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흔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구내염과 치주염이 걸린 집고양이를 커뮤니티에서는 찾기 힘들던데 왜 우리 고양이만 아플까, 여차하면 이빨을 다 뽑아야 한다던데 그럼 어떻게 하지, (유난히 유년기에 눈, 귀, 입 모두 아팠기 때문에) 내가 아픈 고양이를 데려온 걸까....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앉으면서 눈물이 핑 도는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애완동물을 잘 기를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자꾸 사라져 가기만 했던 기간이었습니다. 이빨을 닦는 것은 금지된 채 연고를 최대한 자주 발라주면서 제법 길었던 6주라는 시간을 버텼고, Dentistry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심하게 진행되지 않았으니 홈케어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약 2년째, 홈케어를 진행하면서 반년마다 2차 병원에서의 check up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피의 경우, 성묘가 다 된 지금에서도 잇몸 가장 끝부분과 아랫입술에 숨겨져 있는 아래 송곳니 주변 잇몸은 여전히 빨갛습니다 (토피의 아래 입술의 모양이 다르고 까만 반점이 생긴 것은 유전적인 요소라고 합니다. 다만 잇몸 건강에 좋은 구조는 아닙니다). 다만 구내염과 치은염에서 현재 상태는 1단계 정도로 보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도록 꾸준한 홈케어를 진행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밥을 잘 먹지 않을 수도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잇몸이 아파서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알갱이가 작은 사료를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굳이 이빨을 안 쓰고 삼킬 수 있게요).
저희는 현재 의사 선생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1-2일에 한 번씩 염증이 있는 빨간 부위에 oral gel을 발라주는 홈케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잇몸 염증을 완화시켜 주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보면 단기간에 효과가 좋아지는 고양이도 있는 것 같지만, 저희는 염증이 뚜렷하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나빠지지 않았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바르고 있습니다.
잇몸이 안 좋은 고양이들은 이빨을 자주 닦아주는 것이 오히려 더 안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입술 구조가 음식물이 끼기 쉽고 잇몸을 닫아버리는 구조인 경우 3-4일에 한 번은 닦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는 가장 작은 칫솔에 CET Virbac Plaque Tartar Control Enzymatic 치약을 쓰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구취를 줄여준다는 첨가제를 고양이의 물그릇에 타 줘도 되는데, 고양이들은 이 첨가제를 금세 알아내는 것 같았습니다. 물을 안 먹는 것은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저희는 몇 번의 시도 후에 첨가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홈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인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준다는 것이겠지요. 혹시나 사료를 먹다가 뱉지는 않는지, 입가에 앞발을 자꾸 가져다 대지는 않는지, 염증이 심해지지는 않는지를 꼭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어떤 현상이 두드러지기 나타나기 전에 병원에 데려가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실제 구내염과 치은염이 있는 고양이의 관리 이야기가 없어서 이 글을 꼭 쓰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처음 데려올 때에 있어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막상 아픈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가슴이 내려앉으면서 심경이 복잡해졌습니다. 완벽하게 준비가 안된 점이 있었던 것이겠죠. 그랬던 제가 이런저런 일이 지나가면서 느꼈던 점들이 있다면, 고민하고 심경이 복잡한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미리 알았었으면 좀 더 조심할 수는 있었겠지만, 결국에 토피는 저희 고양이이고, 문제를 알게 된 다음부터는 아이의 입양자로서 저희가 해줄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들도 그 점에 대해서 항상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너희는 열심히 하고 있고, 나름 잘 되어가고 있으며, 상태가 점차 안 좋아지는 날이 있겠지만 그때 가서 이를 뽑던, 더 강도 높은 치료를 하던 하면 된다고요. 그러니 잘 하고 있고, 계속 잘 해 보자고요.
그리고 어려웠던 제 마음을 나아지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이전에 스치듯이 언급했던 "묘연" 또는 "필연"이었습니다. 결국, 토피가 그 먼 곳에서 저희를 만나 오게 된 것은, 저희가 토피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특히나 미국은 동물병원의 비용이 비싸서 아프거나 관리가 필요한 고양이를 키우기가 어려운 곳인데 (병원 한번 방문 시 문진에만 50불이 넘게 들고, 약을 받으면 100불이 훅 넘어갑니다. 2차 병원이라면 문진에만 250불 이상씩 듭니다.), 비록 물질적으로 많이 투자하여 고급스럽게는 키우지 못하더라도 병원에 열심히 다닐 수 있고, 관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 저희를 찾아와 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제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고, 앞으로 계속 잘 해 보자는 의욕 또한 생겼습니다. 앞으로 계속 서술할 대체로는 소소하고 때로는 큰 일들이 저희를 덮쳐올 때마다 굳게 먹었던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희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PS) 제 글이 recommended articles가 되다니! 처음에는 많아지는 조회수 때문에 무슨 일인가 했는데, 깨닫고 나서 보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깊이 생각하고, 여러 번 읽어보고, 제 생각을 오롯이 전할 수 있는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곧 오는 봄에는 미미의 유골이 있는 곳에 개껌과 육포라도 하나 들고 가봐야겠습니다.
두 편 다 하고 싶었지만 무거웠던 이야기를 썼었는데, 분위기 전환 겸 밝고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편은 저를 거쳐갔던 고양이들의 "개묘 차"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
20180326
토피코코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