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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 Sep 10. 2019

예전과 다른 출산 후

육아열전

1. 아기 낳기 전 몸매로 돌아가려면 노오력이 필요하다.

그게 다이어트든 운동이든 식단조절이든 간에 예전 몸매 회복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독하게 맘먹고 하거나,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살이 쪽쪽 빠지거나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하자'라고 최면을 걸면서 살아가야 한다. 물론 출산 후 100일 안에 살을 다 빼야 한다 라는 소리에 연연하지 않거나 애 둘이나 셋있는 20대 부럽지 않은 연예인 몸매를 동경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다.


2. 아기의 눈치를 보게 된다.

아기가 잘 자는지가 최우선의 관건이다. 그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빨래도 돌리고, 집청소도 하고, 맘 놓고 tv도 본다. 집이 더 이상 마냥 편안한 공간이 아니게 된다.


3. 나는 그대로인거 같은데 자꾸 맡아야 하는 엄마란 직책이 때때로 버겁다.

엄마라는 이 직책은 24시간 지속되는거 같다. 아기가 잘 때 틈나는 대로 같이 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밥먹고 바로 자거나 굶고 자거나 잠이 안 와도 무조건 자야 하는 상황이 된다. 아기가 새벽에 큰맘먹고 조용하게 잘 자주는데 잠이 안 오면 맘이 편치 않다. 빨리 아기 잠자는 시간에 나도 재충전을 해야 계속 아기를 보는데 그게 되지 않으면 이 또한 스트레스. 그래도 내 밥 챙기는 것보다 아기 분유와 배변활동에 훨씬 신경쓰이는건 자연의 섭리인가보다.


4. 외출이 꺼려진다.

아직 목도 못 가누는 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외출하노라면 왠지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밖에 나가서도 아기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심지어 신랑이 나보다 아기를 더 잘 보는데도 그렇다. 그렇다고 다 같이 외출을 한다는건 더욱이 몸이 피곤해진다. 챙겨야 할 물건도 많고 무엇보다 아기의 컨디션에 제일 신경이 쓰인다. 아기의 일상이나 수면패턴이 자리 잡지 않은 시기인지라 차라리 집에 있는게 마음이 편하다. (아직까지는)


5. 자기만의 시간이 더 소중해진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게 정말 어려워질수록 이 시간이 나에게 주는 소중함의 크기가 훨씬 커졌다. 무언가에 더 쫓기고 허덕거리며 살게 되는거 같다. 육아만 하고 있으면 일도 해야 될거 같고, 공부도 해야 될거 같은데 여건이 되지 않는다. 같이 육아를 하고 있는 신랑에게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할애하라고 할 정도의 레벨업이 필요한 요즘이다.  이 아기를 요령있게 부모님 도움없이 잘 키울 수 있게 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어른이 되는걸까.


문득 어젯밤에 든 생각이다. 모두에게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지는데 너는 왜 그렇게 살았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우리 모두는 동일선상에 있지 않고 각기 다른 것을 잘하며 관심분야가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식을 하는 누구든 다들 워렌버핏을 꿈꾼다. 그렇지만 전부 다 워렌버핏처럼 성공하면 워렌버핏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겠지. 육아를 하는데도 누군가는 아가를 봐주는 이모님을 고용해서 자기 시간을 확보하고 누군가는 독박육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철수는 요리하는데 흥미를 느끼고, 영희는 여행다니는게 좋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똑같은걸 강요하는 사회는 옳지 않다.


6. 이렇게 예쁜 내 아기를 만방에 널리 알리고 싶다.

그래서 다들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스토리를 하나보다. 동시에 예쁜 아기의 모습이 추레한 나 자신보다 빛난다. 동시에 업그레이드된 나의 분신이 나를 반영해주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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