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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 Mar 31. 2021

나는 내가 제일 소중합니다만...

엄마도 배고픈건 못 참겠어

며칠 전 남편이랑 대판 싸웠다.

이유는 코로나백신을 맞고 난 짜장면을 픽업해서 집에 들렀다 먹고 가자. 정 시간이 안되면 짜장면 짬뽕이 나오면 거기서 먹고 가자파였고.

남편은 아기 데이케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픽업하러 가야하니 좀 늦게 밥을 먹자파였다.

그렇다. 난 배고프면 온몸이 후들거리고 눈에 뵈는게 없는 사람이었다.


엄마인 사람이 감히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기 픽업하는 시간 10분정도 늦게 가고 밥 좀 먹자고 주장했다가 남편한테 옴팡지게 혼났다.

생각하면 할수록 난 꽤씸죄에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코로나시국에 20개월 활동적인 남자아기랑 하루종일 같이 있기 힘들어서 시가 몰래 데이케어에 아기를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밥먹고 아기 조금만 늦게 픽업하러 가자고 했다가 싸운거다.


그래. 난 내 식욕 본능이 모성애보다 앞서. 내가 세시간을 늦는다고 했니 아님 삼십분을 늦는다고 했니. 매장에서 밥먹고 십분 좀 늦게 픽업하러 가자고 계속 얘기했다가 싸운거다. 막상 큰소리가 오가고 나니 입맛이 딱 떨어졌다. 그래서 나도 애를 데리러 갔다. 집에서 픽업해온 짬뽕 먹고 있으란다. 자기는 아기 데리러 간다고. 순식간에 아기보다 먹는게 더 중요한 엄마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나도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 유행인거 알아. 그래서 더 위험하고 빨리 집에 오자고? 그럼 차에서라도 먹음 안 됐었니?


가뜩이나 데이케어 다니고 난 다음부터 엄마 껌딱지인 아기를 감당하려면 든든한 배를 준비해야겠다는 나의 마음가짐이 잘못된걸까.


엄청 자상하고 가정적이고 잘 챙겨주는 만점짜리 남편도 결국 자식이 먼저구나. 서운했다. 나 배고픈게 중요한건지 9년째 같이 알고 지낸 사람이 이렇구나.


나는 아기가 4개월밖에 안되어 어려서, 한번밖에 없는 남동생 결혼식도 못가고. 그 이후에는 코로나시대가 열려서 감히 한국에 갈 엄두도 못내고 그저 옆에서 있었는데. 영주권 신청절차를 밟고, 트럼프가 해외로 가지 말라는 행정명령을 내려서 꼼짝없이 이 동네에 갇혀 살고 있는데.


 동네에 같이 놀던 아기 엄마들은 다 한국에 들어갔는데 나만 여기 남겨져 있어서 더 우울한 요즘인거 같다. 그래. 영주권은 남편 맘대로 되는게 아니지. 누가 그럴줄 알았니.


그런데 엄마도 밥 먹고 아기 좀 보면 안되는거니. 참 두고두고 서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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