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 앞에서 구겨진 면상을 하고 있어도 오감을 열어 내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여기에선 아무도 나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겠구나, 하는 그런 안도감이 들었어요. 첫 독서모임이었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했어요. 취미 생활 하나 갖는 일조차도 내 의지대로 선택한 적 없이 살았더라고요. 직장 내 볼링 동호회를 6개월간 참여했었는데 친한 직원이 꼬셔서 들어갔다가 연애 문제로 관둔 일이 있었어요. 남자와 직장 모두를 잃을 뻔한 아찔한 경험이었어요. 그 후로 뭔가를 시작할 때 더욱 신중하고 예민하게 재는 일이 늘어나더군요. 독서모임은 오로지 내 선택에 의한 결정이었어요. 그만큼 책임감이 컸어요.
이제야 비로소 나란 사람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탐색의 시간을 경험하는 것 같아 설레기도 해요. 때로는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초라해진 날도 있지만 계속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발버둥 치다 보니 어느새 독서하는 사람으로 7년째 살고 있네요.
불안과 예민이 내 정서의 70% 정도였다면. 독서모임에 스며든 후로 세상에 지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여전히 뚝딱거리는 일이 많고 불안과 예민이 몸에 배어 있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나에게 책과 글이 있어서 안도감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