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 Mar 03. 2019

사랑에 대하여 6. 사랑일까, 욕망일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듯, 제주에서. Copyright ⓒ 2018 모모. all rights reserved.


사랑과 소유욕을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지,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지


 호감가는 사람이 생겼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언제 문자메세지가 올까? 생각이 든다. 그가 생각나고 그의 동네를 지나갈 때면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하고, 어째 하루 온종일 그 사람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연락을 할까 말까, 영화 티켓이 생겼다고 할까, 이번 주말에 밥 먹자고 하면 어떨까. ..


 온통 그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내 맘같이 속시원하게 다가오지 않는 상대에게 야속한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서도 가벼운 메세지 한 건에 더할나위 없이 행복해 지기도 한다.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나봐." 주변 친구들에게도 말하게 된다.


 그렇게 바라던 그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이제 그는 내 남자친구니까 더이상 그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고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째 사귀고 있는데도 여전히 외롭고, 불안한 마음이 계속된다. 나만 좋아하는거 아냐? 나를 좋아하는게 맞나? 초조하다.


 다들 한번쯤은 혼자하는 듯한 연애를 겪는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만나고 싶은 나와, 바쁘고 피곤하다고 어째 시큰둥한 그의 온도차에 좌절한다. 티를 내기엔 자존심도 상하고 집착한다고 오해를 받을 것 같아 표현하기도 어렵다. 혼자 끙끙대며 속앓이를 하다보니 정작 데이트를 하는 날에는 괜히 틱틱거리거나 더 사랑받고 싶어서 애가탄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건데도 예쁘다, 좋아한다 표현하지 않는 남자친구에게 섭섭하다. 친구들 남자친구는 그렇게 럽스타그램을 뽐내며 이틀이 멀다하고 만나서는 좋다고 난리인것 같던데.. 조용한 성격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여자친구인 나에게까지 왜 이러는 걸까. 좋아하면 이럴 수 없는 것 아닐까?


 사랑은 어렵다. 누구도 간단하게 사랑은 OO이다 라고 정의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도 무수히 많은 학자들이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에는 많은 형태가 있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햄버거, 귀여운 새끼 강아지, 새로 출시된 세련된 노트북, 티비에 나오는 예쁜 아이돌, 그리고 내 사랑스러운 연인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라는 점이다. 좋은 마음이 들고 더 다가가고 싶다. 일부는 갖고싶어서 몇날 몇일 내내 머리속에 둥둥 떠다니기도 한다. 강력한 소유욕이다.


 사랑의 열병에 괴로워하던 어린 시절에, 문득 귓가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 했다. 그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이렇게나 집착해? 네 감정은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과 겉잡을 수 없는 소유욕일 뿐이야. 인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감정이 흘러 넘치는 걸 내가 어떻게 하겠어. 그때의 나는 약간의 애정 결핍으로 내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상대가 채워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들이켜도 바닷물마냥 더 갈증나기만 하는 그런 상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감싼채 스스로를 찔러대며 고통스러워 하기만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서야 달라질 수 있었다.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상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억지로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의 앞에서는 나는 비로소 나일수 있었다. 자존감이 채워지고 두 발로 바로 섰다. 그제서야 나는 상대에게 기대는 연애가 아닌 함께 손잡고 걷는 연애를 했다.


그는 늘 나의 행복을 바랬다.

 

 어떻게 말하면 네가 행복할지, 이러면 부담스럽진 않을까. 이런곳에 데려가면 얼마나 기뻐할까. 고민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그 전에 해왔던 연애와는 약간은 결이 달랐다. 내가 보고싶어서, 이런 멋진 공간에 그와 함께하면 얼마나 행복할지. 내 연애에서 무게중심은 나였고, 그의 연애에서 무게중심은 상대방, 즉 나였다.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사람이 있고, 모두의 스타일이 달라서 감히 진짜 사랑의 정의를 내리기는 조심스럽지만 나에게 진짜 사랑은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다. 내가 보고싶으니 만나자고 하고, 내가 화가 나니 표현하고, 내가 주고 싶으니 뭐든 줘버리는 연애가 아니라 상대가 행복해 할 말을 하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고려한 희생을 하는 그런 사랑. 내가 중심이 되는 연애도 물론 좋다.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니까. 하지만 연애가 너무 힘들다면, 지금 내 감정이 사랑인지 아니면 소유욕으로 나를 태워가고 있는 것인지를 한번쯤 고민해봄직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에 대하여 5. 너와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