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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n 16. 2021

감상록: "이토록 보통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웹툰과 영화를 본 후 남편과 나눈 대화



- 오늘 읽었던 책 어땠어?

- 무슨 책?

- 그 웹툰말야, "이토록 보통의"

"이토록 보통의" 중

- 흠... 실제로는 없겠지만 있을법한 이야기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것 같아. 내용은 우울한데 그 우울함에 녹아들면서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더라고. 내가 지금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해야하나..

- 맞아. 있을법한데 절대 없을 이야기였어. 설정이 정말 독특한데 이야기 전개가 군더더기가 없었어. 등장인물들의 생각의 흐름이나 감정선이 공감이 되는데 작품 전체를 뒤덮은 우울감마져 나에게까지 스며드는거 같더라고.

- 응, 그런 소재를 생각해내는게 신기했어. 일상속에서.. 한번은 남자 주인공 입장에서 생각해봤고, 또 한번은 여자 입장에서도 생각해봤어.

- 나는 여자 성격은 너무 판타지 스러워서(작가는 남자일거라고 생각해), 사실 그 사람한테는 많이 공감도 못하고, 여자 입장에서 생각은 못해봤네.. 남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사고 흐름을 보여줬다고 생각해. 누구라도 그랬을거라고. 아, 그런 생각은 들더라. 만약 저 얘기(전 애인이 에이즈였다는 사실)를 한게 당신(남편)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런 상상은 순간 해봤어. 당황스러울것 같더라구. 근데 당신을 잃는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일단 나라면 바로 보건소에 가서 나란히 검사를 받겠구나 라는 생각은 했어. 근데 그 뒷 이야기는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상상조차 하지 않았네(웃음).

당신은 생각해보니 어땠는데?

- 나라면.. 만약 여자 입장이든 남자 입장이든 나도 바로 검사를 받으러 갔을거 같더라고. 그리고 결과가 나오는 12주동안은 서로 너무 조심스러울것 같기는 해. 하지만 애초에 내가 여자였다면, 나는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수없이 음성 판정을 받았을거라고 생각해. 그러기 전에는 일상 생활도 불가능했을것 같고.

- 티타 이야기는 어땠어?

- 공감되었지.

- 누구에게? 선우?

- 아니 일단 티타에게 가장 공감됐던거같애. 티타는 자기가 너무 평범하다 생각하니까. 선우는 무리에서 돋보이는 알파걸인데 그런 선우가 갑자기 티타를 특별히 대한다면 티타에게는 너무나 달콤했을것 같아. 나라면 티타같이 느꼈을거고 그런 선우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면 그럴수도 있지 않았을까..

- 나는 티타가 아주 어릴때부터 그런식의 불행을 연기해온게 아니라 그저 단 한번 단 한명을 위해서 꾸며낸 이야기인데, 그걸 어느샌가부터 주변 모든 사람에게 뿌려대기 시작했다는게 의아했는데 지금 듣고보니 선우에 대한 감정이 너무 커서 자기 자신까지도 속이고 싶다면 그럴수도 있었을까..? 싶기도 하네. 그런데 얘기하다보니 캐릭터들의 성격이 강했던거 같기도 하다.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을때는 모든 흐름이 자연스러웠는데 이렇게 복기하며 생각하다보니 어쩔수 없는 어색함이나 억지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네.

- 그래도 작가가 각각의 캐릭터에서 고민을 많이 한거같애. 각각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을 해보고 그러낸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 맞아.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행동할까? 를 고민하고 마치 그 사람의 뒤를 쫓은거 같기도 했어. 그러고보면 오늘 본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그레고리우스가 떠오르네. 만약에 당신이 그레고리우스였다면 그  기차를 탔을까? 나라면 바로 경찰서갔을듯..

리스본행 야간열차 네이버 영화 스틸컷 중

- 우리는 기차를 타지 않고 5분 짜리 영화로 끝났겠지. 애초에 학교에 그 여자를 데려왔을까? 아니지, 바로 경찰불렀겠지..

- 나도 똑같이 생각했어(웃음)

- 그리고.. 그 표를 우연히 발견했다해도 기차에 타진 않았을거야. 책은 읽었을 거 같애. 책 내용이 내 인생책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리스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을거고, 찾아가 볼 수도 있었을거 같기도 해. 하지만 주인공만큼이나 작가의 모든 것을 찾아 헤매진 않았을거야. 아마 무덤앞에서 아 작가는 돌아가셨구나.. 하고 마무리했겠지.

- 그럼 영화는 한 5분정도 더 길어졌겠군(웃음). 뭔가 이것도 볼때는 엄청 빠져들었는데 돌아서니 뭔가 뭐가 남았으냐라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네. 그러고보니 한 작품을 끝까지 파고들게하고 집중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궁금함? 호기심? 인거같애. 끝이 궁금한거지. 도대체 왜? 어떻게 되는데? 그래서 조지는 누군데? 스테파니아는 살아있어? 그래서 에이즈는 음성이야? 뭐 이런거.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라는게 빤한데도 궁금하다는게 그러고보면 신기하다.

- 결말이 궁금하니까. 이 이야기들은 어떻게 수습될까.

- 그러게. 우울한 얘기를 듣는게 싫다면 그에 대한 호기심도 미리 거둬야할까봐. 내가 견딜수 있는만큼만 궁금해해야하려나. 근데 호기심이란게 컨트롤이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어. 왜 하필 이렇게 가십에 가까울수록 재밌을까.

- 말그래도 재밌으니까!

- 그래, 모든것에 별도의 의미를 싣을 순 없지. 있는 그래도 가치있을뿐.

- 인생도 그런거같기도 해.

- 오늘도 재밌었어.

- 그러게, 가치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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