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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나 Sep 20. 2018

5. 육아 용품, 그 소박한 사용 안내서-1

얼리어답터와 미니멀라이퍼 그 사이에서

   나는 호주 시골에 살면서 자주 주위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 동네는 동양인이 워낙 적은데다가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니(게다가 첫째 아이의 패션 코드가 날로 예사  롭지 않다) 이 동네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곤 한다.
 하지만, 위의 이유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저기, 안녀~ㅇ. 너한테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는데, 이거 어디서 산거야?"

내 아기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여자는 '힙시트형 아기띠'를 처음 봤다.
 나는 한국에 있는 고모가 내게 보내줘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실망스런 얼굴을 마주하자, 나까지 우울해진다. 그래서 인터넷으로도 살 수 있을 거라고 얼른 덧붙이면서, 검색어는 이렇게저렇게 찾으면 된다고 말해 줬다. 우리는 길거리에 서서(아이들은 인내심이 바닥나 가는 중이지만) 아주 오랜 친구처럼 머리를 맡댔다.

 그 다음달에도, 그 다음
해에도 나는 길거리에서 낯선 아기 엄마들에게 내 아기띠 정보를 공유했다. 소박하고 조용한 시골 동네지만 엄마들 마음은 언제나 최첨단 안테나를 켜고 산다.

  나는 쇼핑을 싫어한다. 아마도 영원히 그럴 것 같다.  게으른 탓이 8할 이상이지 않나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예외' 상황이 있다. 아이용품을 살 때는 전에 없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금쪽 같은 시간을 얼마든지 투자하고  매번 충동구매의 욕망과 맹렬히 싸운다. (심지어 아직도 신생아 용품의 뉴 버전까지 관심있게 살펴본다) 이런 지대한 관심은 첫 아이를 낳은 후 시작되었다. 첫아이는 여러모로 특별한 기질의 아이였다. 그것을 이해하느라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 덕분에 둘째를 만났을 때는 그저 감사하기만 했다. 첫째보다는 모든 면에서 수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후 조리를 도와주러 오셨던 엄마는 내 반응에 매우 놀라셨다.


 둘째가 순하다고? 신생아가 저렇게 안 자는데? 첫째는 대체 얼마나 너를 고생시킨거니.

  말을 잘못 꺼냈다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많이 늦었다.

 


 우리 집에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용품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그 중에 다수는 멀리 시드니에 사는 형님(남편의 누나)이 주위분들에게 부탁해 모아 주신 중고물품이었는데 작게는 가재손수건부터 크게는 디럭스형 유모차들까지 있었다. 마치 박람회장 한쪽을 옮겨놓은 듯한 규모였다. 그리고 일부는 한국에서 서프라이즈 형식으로 받은 선물도 있었고, 내가 뒤늦게 사들인 것도 물론 있다. 내가 육아용품에 어느 정도 밝아진 이유를 정리해 보면,

 1. 시드니에서 온 중고물품들과 한국에서 온 선물까지 합쳐 종류가 정말 다양했고 개수도 여럿이었다. 말 그대로 각종 브랜드의 비교 분석이 가능했다.

 2. 개성 있고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며 육아용품 공부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뭔가 내가 모르는 방법이 없지 않을까 늘 찾아보곤 했다. 그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3. 연년생 아이를 혼자 돌보려니 육아용품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금방 자라니까 잠깐 밖에 쓸 일 없는 물건, 이 아니라 단 10분이라도 한 아이를 만족시키고 다른 아이에게 집중해 놀아줄 귀한 보좌품목이 절실했다.

 

 내가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생각하는 육아용품에 대한 생각을 이 지면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시작하면서>

  아기방은 물론이고 부엌, 욕실, 세탁실까지 아기용품이 차곡차곡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바라보는 기분은 오묘했다. 그리고 거실까지 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오로지 아이를 위해 새롭게 사야만 하는 생활가전제품까지 추가 구성하게 된다면 정말 어마어마했다. 아이 하나를 낳는다는 의미는 대단한 거구나, 준비하면서 여러번 놀랐다. 하지만 그만큼 아기가 불완전하고 연약하며 보호가 필요한 가족 구성원임을 내 스스로 인정하고 감내하기로 받아들이는 첫 과정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냥 '새로운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새 집에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라고 불안한 듯한 기분을 그렇게 위로했다.


1. 3총사-유모차, 카시트, 아기띠에 대한 짧은 소견을 이야기하다.

  1) 유모차

 디럭스형, 절충형, 휴대형으로 크게 나뉘며 각각의 용도가 있다. 미리 구입해 두고 거실에서 신생아 돌보기에 이용하는 집도 많다고 알고 있다.(일반적인 경우, 아기들도 유모차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디럭스형 유모차가 사용시기가 짧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는 글을 가끔 보는데, 개인적으로는 목을 가누기 이전에는 디럭스형 유모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산후조리 기간이 긴 편이고 각종 배달 서비스도 많아서 신생아를 둔 엄마들의 외출이 많이 않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활패턴을 고려해 선택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녀 계획이 둘 이상으로 확고하다면 1인용으로 쓰다가 2인용으로 변신할 수 있는 유모차를 선택하는 것도 추천한다.(일반적인 가로형의 쌍둥이 유모차와는 다른 디자인이며 매력적이다. 경제적인 면 포함)

 유모차를 고르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는 핸들링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내 아이의 경우는 유모차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없어서 늘 아기띠로 안고 한 손으로 운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유모차는 짐수레로 변한 상태로 아이를 안고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여러 유모차를 사용해보면서 '무거운' 상태일 때에도 핸들링이 편안한 유모차는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2) 카시트

 카시트 종류는 바구니형(캡슐형), 컨버터블(리버서블), 주니어용으로 구분된다. 바구니형과 컨버터블형은 둘 모두 신생아 때부터 사용 가능하다. 바구니형은 사용시기가 짧아(우량아의 경우 더욱 그렇다) 금방 컨버터블 형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구니형을 쓸 경우의 강점이 많다. 내가 둘째 출산을 대비해 가장 먼저 계획한 것이 바로 바구니형 카시트 구입이었는데, 이유는 아이의 '수면' 때문이었다. 컨버터블 형의 경우에는 잠든 아이의 안전 벨트를 벗기고 아이를 꺼내 유모차에 옮겨 태워야 한다. 첫째 아이는 그 과정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때문에 둘째는 바구니형 카시트에 태우고 그대로 카시트를 들어 유모차에 장착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다. 효과는 컸고 내 생활을 훨씬 안정시켰다.

 참고로 신생아 카시트는 뒷좌석에 설치하고 뒤보기(후방장착)를 해 주는 것이 좋다.(호주는 필수항목) 사고시 머리가 무거운 아기들은 목 부상이 많아 위험한데 그 확률을 낮춰줄 수 있다. 뒤보기를 한 아기의 상태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면 아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거울'을 설치하면 된다.(유아용 코너에 깨지지 않는 소재로 마련되어 있다.)어깨끈은 아기가 버둥거려도 팔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조여야 한다. 외국의 경우엔 경찰들이 불심검문시 아이의 어깨끈에 손가락을 넣어 그 조여진 정도를 확인하기도 한다.(밤에는 손전등을 켜고 확인한다) 느슨하면 카시트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바구니형 카시트는 집안에 두고 흔들의자처럼 놀이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익숙해지면 거부감을 줄여 이용에 편리하다. 그리고 누군가가 운전을 대신해 줄 수 있을 때 엄마들은 뒷좌석에 아이 옆에 앉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애착 관계 면에서는 좋겠지만 아이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장기적으로 볼 때 추천하지 않는다. 좌석이 여유롭다면 엄마가 조수석에 앉기를 바란다.(문제가 생기면 차를 세우고 확인하더라도)

  우리나라도 카시트가 의무화되었다. 햇수를 거듭하면서 규정은 세분화되고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비엄마들에게 이해와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한다.


3) 아기띠

  아기띠는 신생아용 아기띠(슬링 포함)와 일반 아기띠, 힙시트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신생아용과 일반용이 나뉘는 이유는 아이의 성장에 따라 다리가 벌어지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신생아용 아기띠(검색하면 압도적인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다)와 슬링을 사용했지만 큰 도움은 얻지 못했다. 아이는 답답해했고 나는 늘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다른 엄마들의 경우엔 신생아용 아기띠나 슬링을 메고 자유롭게 외출해(아기는 대부분 자고 있다)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두 아이 모두 실패했으므로 크게 나눌 얘기가 없다. 혹자는 포기하지 말고 익숙해지도록 계속 시도하라고 조언했지만 두 아이 모두 좋아하지 않는 것은 일관된 반응이었다. 하지만 힙시트는 신생아를 졸업한 직후부터 한 손은 아이 상체를 받치고 힙시트로 아이 엉덩이를 기대게 하는 형식으로나마 잘 썼다.(물이라도 마실 수 있고, 문을 열 수 있으며, 폰 사용이 잠깐 가능하다) 일반 아기띠로 옮겨가면서 힙시트용 아기띠를 사용하게 된 것도 그 익숙함 탓인 듯 하다. 일반 아기띠로는 나중에(기어다닐 무렵부터) 심심해하는 아이를 위해 다리로 서게 한 후, 왈츠를 추는 것 같이 춤을 추며 놀아주기도 했다.

 많은 아기띠를 사용해 봤지만 엄마의 허리와 어깨를 그나마 보호해주는 기종은 몇 개로 압축된다.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애용하는 아기띠에는 그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일반 아기띠 중에는 신생아용 패드를 함께 판매해 오랜 기간 갈아타지 않고 하나의 아기띠만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도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참고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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