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코슈카 Aug 19. 2021

너는 내 마음에 남아

Sri Lanka

참 신기해. 난 정말 괴로웠거든.

억지스럽게 뭔가를 해내야하는 일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고

그 억지스러운 걸 위해 사람들을 괴롭혀야만 하는 건 그보다 더더 싫은 일이고

그 모든걸 그래도 참 열심히도 해내고 버티고 있던 내가 어쩌면 제일 싫었을거야.

그래서 매일 저녁이면, 주말이면 바다로 달려가  

낮동안 억지부리고 누군가를 꾹꾹 눌러대고 압박했던 미운 나 자신을 털어내버려야만 했다.

끈적이는 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게 손을 뒤로해 움켜쥐고

찌푸렸던 미간의 주름을 펴고, 

한참을 걷고 또 한참을 바라보고, 차오르는 불행한 마음을 토해내 비워냈다.

다시는 하지않겠다 다짐할만큼 가장 싫었던 일들을 꾸역꾸역했던 짧고 길었던 한달의 스리랑카.

근데 이상하게 그곳을 생각하면 뛰는 가슴과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먼저 반응해. 

그리고 수줍은 고백처럼 나도 모르게 보고싶다. 가고싶다. 말한다.


소중한 것들을 정성스레 차곡차곡 담아서

조심스레 뚜껑을 닫아 묻어둔 우리 모두의 땀과 눈물과 마음이

그래도 거기 잘 있겠지?

못나고 못난 나와 세상 가장 착한 너희들이 함께 마음을 모았으니

달님도 별님도 그리고 햇님도 우리 마음을 잘 알아줄거야.


                                                                                                         January-February 2015, @Sri Lanka



매거진의 이전글 Salu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