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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Apr 01. 2022

소통은 생각보다 어렵다, 원래 그런것이다

남녀노소, 국적과 성격을 막론하고 남과 소통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한해한해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더 들수록,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게될수록 강하게 느끼고 겪게된다. 그러다가 문득, 어쩌면 내가 아닌 다른사람을 이해한다는게, 그리고 내가 아닌 타인에게 내 생각을 이해시킨다는게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약간 심각한 주제로 남편과 대화를 하다 의도하지 않은 언쟁으로 발전된 해프닝을 겪으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결혼한 남편이니까 내 생각과 마음을 100% 이해해주리라, 그래야만하리라 믿는 것부터가 어쩌면 불행의 시작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많은 부분에서 서로 통하고, 공유하는 가치관과 생각들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또한 내가 아닌 '타인'이기에 그의 상상력을 동원해 내 머릿속과 마음속을 헤아려보려 노력한다해도, 내가 내 몸의 일부인 세포와 조직과 몸속 호르몬이 움직이고 신호를 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고 뇌에서 그것들을 해독해 말과 글로 풀어내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완벽한 이해를 해낼수는 없다. That's just how it is.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과의 소통에서 자주 오류와 갭을 발견하고 이해할 수 없는 퀘스쳔 마크를 세우게 된다. 


남편보다 내 인생을 더 오래 지켜보고 함께한 가족은 다른가? 가족과 솔직한 대화를 하는 건 친구나 남편보다 더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이 된 나에게 가족과의 소통에서 어쩌면 난 어려움보다도 먹먹함과 단절을 느낄때가 더 많은 것 같다. 

해외에 사는게 한두해도 아닌 나와 한국의 시차를 계산하고 생각하는게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 엄마는 가끔 새벽 두세시에 전화를 한다. 다행히 핸드폰을 Sleep 모드로 해놓고 자니 알람을 주는 불상사는 없지만, 아침에 일어나 말도 안되는 시간에 부재중 보이스톡 알림을 보면 그냥 할말이 없다. 무슨 일로 전화를 한건지 메시지라도 남겨놓으면 좋으련만 그런것도 없이 이틀연속을 그 시간에 전화를 한 엄마는 다음날 정상적인 시간에 전화를 했고, 마침 그 전화를 또 놓쳤더니 왜 며칠내내 전화가 안되는 거냐며 메시지를 남기셨다. 바로 call back을 했지만 받지않는 엄마에게, 시차를 좀 생각하고 전화를 해달라, 왜 이틀연속 새벽에 전화를 하셨는지, 용건이라도 남겨놓으시지 그랬냐. 무슨일이냐. 라고 보낸 회신엔 아무대답도 없이, 언제나처럼 오늘 새벽도(한국) 성경말씀카드 사진을 대화창에 그저 남겨놓으셨다. 나에게 이건 소통의 단절이다 - 상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의 부재, 직전의 메시지들을 무색하게 하는 아무일없었다는 듯 대화창에 놓여진 이미지한장. 그리고 침묵. 상대의 말이 보이지않고,  봐야한다는 생각이 없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만을 늘어놓는 대화창. 


서로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아이들은 별일 없이 지내는지 안부를 묻는일도 점점 줄어드는 언니와의 대화도 내게 단절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두살 더 커질수록 영상으로 대화하는 것에 흥미를 잃은 조카들을 '그래도 핸드폰앞에 앉아서 이모와 얘기하자' 강요하기가 조심스럽고 미안해 나는 점점 페이스타임을 걸지 않게 되었고, 바쁜 한국의 초딩과 초딩학부모인 언니는 멀리있는 가족보다는 동네 학부모님들, 친구들과의 연결의 끈을 매일매일 붙잡고 사는게 훨씬 중요하고 삶의 유익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렇게 멀어져가고 있다.고 난 느낀다. 요즘 난 이렇게 한국의 가족들과 마음과 관심이 연결되어있지 못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며, 이게 해외에서 결혼과 이민생활을 하는 자의 삶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이렇게 글로 풀어나가는 내 마음의 이야기를 이들과는 하기 어려운 것 또한 소통의 어려움이겠지.




몇달전 사귄 한국친구가 있다 (나이로 따지면 동생이지만, 난 그냥 알게된 친구라 부르고싶다). 시간이 맞아 종종 같이 hang out을 하면서 가까워졌고, 어느날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물어봤다. (인스타같은건 안한다주의였는데 나만의 기록을 위해 간편한 툴로 인스타그램만한것도 없구나 싶어, 몇달전부터 요리한 음식사진들만 올리는 계정을 관리중이다) 아무생각없이 계정을 알려줬고 즉시 팔로잉을 하기 시작한 친구는 그날 헤어지고 난 후 대부분의 사진들에 라이킷을 누르며 어떤 사진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습관처럼 난 그날 저녁에 요리한 음식을 올렸고, 이어 바로 라이킷을 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난 내 개인생활을 드러내고, 특히 나를 아는 친구와 주변사람들에게 그런것들이 노출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익명성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공간에서 나의 것들을 공유하고 기록하는 것까지가 내가 SNS라는 것을 사용하는 허용치고, 그러니 적어도 나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이 함께 뒹구는 내 공간을 만드는덴 관심이 조금도 없다. 오늘 요리하고 먹은 음식 사진 한장이지만, 간단한 일화를 함께 적어 올리는 그 짧은 글과 사진이 나와 이 사이버 공간 밖에서 실제로 만나고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이제 막 알기시작해서 사귀어가고 있는 그녀에게 노출된다는 것이 마치 내게 내 프라이버시의 일정부분을 드러내고 보여주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달갑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계정관리를 들여다보다 나를 팔로잉한 사람들 내 쪽에서 끊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블락을 할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건 없더라ㅠ). 한참을 고민하다 그녀의 팔로잉을 다시 끊어버렸고, 다음에 만나면 설명해야지 생각했다. 이런건 메시지로 하기엔 횡설수설하게될것 같았고 그렇다고 이런 설명을 하겠다고 전화를 하는 것도 영 이상하고 어색했다. 그렇게 마음이 조금은 다시 가뿐해진 그날 밤, 신규 포스팅을 했고 곧 그녀가 라이킷을 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가 다시 나를 팔로잉한다는 알림을 연달아 받은 나는 그냥 어플을 꺼버렸다. 


메시지가 됐든 전화를 했든 그냥 네가 왜 팔로잉을 안했으면 하는지 솔직하게 말하는게 나았을텐데 나의 소통방식도 쿨하지 않았을테고, 그런 내 마음을 당연히 알리 없는 그녀는 (눈치없이) 내 인스타계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을테지. This is not easy re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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