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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안의 스투키 Jun 17. 2018

남극의 아홉시는 없다. (2)

남극의 날씨는 어떤가요?,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요?

 "선배 남극은 얼마나 추워요?"


  "글쎄 나도 남극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가는건 처음이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남극은 얼음 대륙에 칼바람이 불며, 볼이 빨갛게 익다 못해 동상이 걸리는 그 곳.

 예전에 옆동네 방송국인 M에서 '남극의 눈물'을 했을때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건 카메라 감독의 콧수염에 얼어 붙은 콧물 이었다.


 사실 우리 보도쪽에서는 남극을 두세차레 방송을 했고, 가본 선배들이 듬성듬성 있었지만 모두 12월. 즉 남극이 여름에 접어 들 때 가본 사람들 뿐이었다.


 "선배 남극은 날씨가 어땠어요?"

 "걱정마! 거기 생각보다 춥지 않아."


 절대 내가 선배들의 말을 잘 믿지 못해서 찾아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아이폰에 날씨를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다는 선배, 대체 선배가 추운건 몇도인 건가요?


 우리가 남극을 향해 기간은 3월 22일~5월 11일. 남반구에 위치한 남극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그런데 그런 시기라도 딱 집어서 '남극 날씨는 이렇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남극은 한반도의 무려 60배나 되는 거대한 대륙.


 바로 남극의 크기이다.

 남극은 우리나라의 60배나 되면서 미국 대륙보다도 크다. 그러니까 '남극의 날씨는 이렇다.'라고 할 수 없는건 미국의 동부의 워싱턴과 서부의 LA가 날씨가 다르듯. 우리나라 세종기지가 있는 맥스웰만의 날씨가 다르고, 장보고기지가 있는 로스해 지역의 날씨가 다르다. 어디는 해양성 기후를 가지고 있고, 어디는 대륙성 기후를 가지고 있어 같은 남극이어도 같은날 날씨가 천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한 그 선배의 생각보다는 추울 것은 확실하다.


 본격적으로 남극 준비를 위해 옷울 구매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예산은 1인당 150만원 남짓.

  

극한의 날씨를 견딜 수 있는 상하의와 장갑과 부츠, 그리고 블리자드를 견딜 수 있는 고글 등(영화 '남극일기'.. 일어나요 입돌아가요..)


 아이폰 날씨에서 보듯 -40도를 견딜 수 있는 옷을 사기에는 역부족인 금액이다.

 요즘 패딩 좋은 것 하나도 150이 훌쩍 넘어가는데, 저 예산으로 남극 항해와 탐사를 견딜 수 있는 옷을 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 전화를 돌려 수소문을 해보기로 했다.


 "선배 제가 옷을 빌려볼게요!"

 동생찬스를 떠올렸다. 동생의 직업은 의류회사 직원. 마침 그 의류회사에 등산복 브랜드가 있다.

 출장기간에 깨끗이 입고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각종 겨울용 등산복을 빌렸다.

 "그럼 내가 극지연구소에 작업복 등을 빌려볼게"

 역시 3번의 남극경험이 있는 취재기자 선배의 활약으로 극지연구소의 작업복도 빌렸다.

 

 "그럼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패딩류를 다 챙기고 진짜 없는 바지류를 그 금액으로 사죠."


 그렇게 안에 입을 등산복 류는 동생찬스로 빌리고, 작업복류는 극지연구소에서 빌려 입고, 패딩류는 각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겹겹이 입고, 정말 더 이상 빌릴수도 없고 가지고 있지도 않는 바지류와 장갑, 신발류를 어렵사리 150만원으로 구매해 가까스로 남극탐험을 갈 피복을 맞췄다.(봄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라 겨울 등산용품을 구하는데 정말 애 먹었다.)

그렇게 빌려 입은 작업복(맨왼쪽), 개인패딩(가운데와 맨 오른쪽), 그리고 구매한 바지(맨 오른쪽) 정말 처절하게(?) 피복준비..


 "이제 진짜 떠날 날만 남았네요."

 "응 출장 명령도 다 났고, 피복도 다 됐고, 장비도 다 쌌지?"

 "네 이젠 진짜 출국만 하면돼요."


 드디어 남극 항해를 위해 뉴질랜드로 출발이다.

 우리가 이렇게 남극 출장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가 탈 아라온호가 뉴질랜드 리틀턴에 도착이 임박했다.



 남극의 날씨는 예측 불가능 합니다. 특히 여름이 아닌 겨울엔 더 심하죠.

 남극 세종기지에서 본 남극의 기후는 바람이 20m/s로 불기도 하고, 심지어 습도가 99%까지도 올라갑니다.

 낮은 날씨에 바람도 세게불고, 심지어 습도도 높아요.

 정말 따뜻한 옷, 고글, 바라클라바 등 없으면 금방 저체온증으로 얼어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챙겨간 옷가지로는

 1. 등산용 내의와 일반적인 겨울 등산복

 2. 바람을 막아줄 바람막이와 고어자켓, 그리고 윈드스토퍼 기능이 있는 패딩

 3. 하의의 경우 윈드스토퍼 기능이 있는 기능성 하의와 고어텍스 바지

 4. 얼굴 전체를 가리는 바라클라바와 비니, 그리고 군밤장수 모자로 불리는 고소모

 5. 고어텍스 장갑 및 패딩장갑

 6. 각종 울 양말에 방한화 등등

 7. 블리자드 대비용 고글

 남극가기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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