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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안의 스투키 Jun 23. 2018

남극의 아홉시는 없다.(4)

 실종된 아홉시를 찾습니다.

 "끼익 끼익"

 배가 사방천지로 흔들린다.

 흔들릴 때 마다 속은 바이킹을 탈 때의 딱 세배 만큼 메슥거린다.

 몇일을 옴짝 달싹 못하고 식당과 침대만 오가고 있다. 그마저도 몸을 마로 누일 수 없다.

 배안에서는 침대도 움직인다는 말이 바로 가만히 있어도 몸이 계속 움직이는 이상태를 말하는 듯하다.

 식당에서도 깨작깨작. 속이 비어있으면 멀미가 더 심해진다고 해서 억지로 몇 숟가락을 떠서 입속으로 넣는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자 마자 올라와 숙소의 내 침대와 한몸이 된다.

  

바다는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몇 일을 그렇게 지냈을까?

 흔들리는 배 안에서 샤워를 하는 것도 균형감각이 있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힘든걸 해내야 한다. 매일 같이 떡진 머리와 계속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화장실은 앞뒤좌우가 팔을 길게 뻗으면 닿을 정도로 작다.

 그런데 이 작은 화장실에서도 배가 흔들리면 그 안에서 몸이 요동을 쳐 샤워가 묘기가 된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배를 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정말 심하게 흔들릴때는 침대에 누운 내 몸이 공중에 뜬다.

 

황천 항해시에는 방에서 꼼짝 않는 것이 최고다. 움직이다가는 어딘가 다치거나 구르기 쉽상.


 거칠게 전진하는 아라온호에서 적응하려면 일단 멀미에 익숙해 져야 한다.

 유독 멀미를 심하게 하는 체질 때문에 귀 밑에 '귀미테'를 붙이고 몇일 살았는데, 어느날 화장실 작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니 색이 노랗다. 황달기 있는 사람처럼 얼굴이 누렇게 뜨니

 '속에 있는걸 쏟아 내더라도 귀미테 띄고 멀미에 적응해보자.'

 라고 생각하고 귀미테를 떼고, 물약을 들이켰다.. 멀미는 무섭기 때문에.


 멀미에 적당히 적응이 될 무렵부터 본격적인 남극 항해 취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우리가 기대하는 남극의 풍광이 나오기 까지 일주일의시간이 지나야 했다.

 

 "Attention Passangers, Araon vessel advance 1hour"

 

아라온호가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전진하기 때문에 남극으로 가는 동안 매일 시간이 한시간씩 빨라진다.(한칸당 한시간) 남극 극점에서 한바퀴를 돌면 24시간을 한번에 경험할 수 있다.


 방에 있는 시계가 아홉시를 가리키자 마자 갑자기 분침이 또르르르 돌기 시작한다.

 열시.

 아라온호가 시간선을 하나씩 넘을 때마다 우리의 시간은 한시간씩 앞으로 간다.

 3월 29일에는 아라온호가 날짜 변경선을 넘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도 29일.

 아라온호 안의 연구진들과 우리들은 다시 29일을 한번 더 살았다.


 어느날은 2시간 전진을 한 날도 있었는데 이날도 시계가 아홉시를 가리키자 마자 분침이 돌기 시작하더니 열한시가 됐다.

 매일 매일 한시간씩 빨라지는 삶. 몇일 만에 시차가 4-5시간이 되자 밤에 잠도 안오고, 저녁을 먹은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 밥을 금새 또 먹어야 하는 그런 웃픈 상황이 생겼다.


 "아라온호에서는 우리 메인 뉴스인 아홉시 뉴스는 못보겠구나."

 "아홉시가 없는 삶이라..."


 뉴스쟁이에게 아홉시가 메인뉴스가 없는 삶이라. 생각만 해도 뭔가 좋을것 같은 기분이다.


 밥을 먹고 멀미를 좀 낫게 하기위해 배 갑판에 나가 산책을 했다. 한동안 바람이 시원하니 좋았다.

 항해가 일주일 정도 지나고, 멀미와 시간에 적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밥을 먹고 갑판을 나가면 차가움이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남극에 가까워 올 수록 바다는 잔잔해 질거에요.”


 항해사의 말마따나 바다와 파도가 잠시 쉬어갈쯤.

 많은 사람들이 배의 허리쯤 난간에 나와서 외치기 시작했다.

한덩이씩 떠 다니는 빙하. 처음 본 그 순간은 그 크기에 압도된다.

  

  "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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