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물적 분할을 보며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음을 비꼰 표현으로, 이는 비단 한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http://www.upinews.kr/newsView/upi202204130090
카카오는 물적분할이라는 버릇을 전혀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카카오 신임대표인 남궁훈은 취임하면서, 주주가치의 보존을 내세우면서, 목표한 주가(15만원)까지 올리지 못하지면 그에 해당하는 기간에는 최소임금만 받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룹내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임산업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겠지만, 카카오게임즈 매출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게임은 "오딘"이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이 게임을 개발한 스튜디오가 지금 물적분할 이야기가 나오는 "라이온하트스튜디오"다. 현재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스튜디오를 물적 분할한다는 건, 카카오게임즈의 앙꼬를 빼낸다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이렇게 핵심 사업부를 빼내서 물적분할 후 상장해도 현행법 상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물적 분할로 주식을 찍어, 스톡옵션으로 임원진에게 나눠주고, 상장해 버리면 임원직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현재, 카카오 대표인 남궁훈은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이 당시, 카카오 게임즈 각자대표이사)하면서, 1000억 가까운 재산을 증식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의 카카오를 가지고 있던 소액 주주들은 주식 하락을 맞이하면서, 손실을 기록했다.
핵심 사업부의 물적 분할은 위에서 말한 문제 뿐 아니라, 상장으로 인해 주식 시장에 있던 돈이 일시적으로 몰려 들어 주식 시장을 교란하는 문제도 있다. 좀 괜찮다 싶으면, 기관이나 개인이 우르르 몰려가 소위 따상으로 올려놓는다. 이러면 시총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패시브 자금(ETF나 펀드 등)이 추종해야 되고, 이러면 증시 전반이 일시적이라도 엉망진창 되기 쉽상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말은 꽤 오래 전부터 나왔고,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평가의 기저에는 "한국은 '기업'이 아닌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 줄 최소한의 장치가 아예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사실상 저평가가 아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짊어지고 투자를 해야 되는데, 제 가격을 받는다는게 이상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