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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olo Jul 25. 2024

사랑의 이해, 그리고 사랑의 고찰-(1)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보고 난 후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들 

한 동안 사랑이란 단어를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무심코 보게 된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그렇게 아주 우연히 내게 찾아왔다. 

사랑이 우리에게 아주 조용히 말없이 찾아오듯이.


사랑을 하고 싶어서 사랑을 찾는 사람은 없다. 우리 일상에서 사랑은 아주 몰래 조용히 찾아오니까.

드라마는 결혼을 생각하는,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그린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사랑도 함께. 


 평범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랑은 그래서 어렵다. 평범하기 조차도 어려운 세상에서 사랑은 사치일 테니.

아직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들에게 특히 더 어렵다. 사랑은 주는 거니까. 

사랑을 줘야 하는데, 내가 부족하다 보니 줄 수 없음에 마음이 짓이겨진다. 그래서 우린 한참을 머뭇거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참을 바라만 보는지도 모른다. 주고 싶은데 줄 수가 없다. 돌아보면 그런 사랑들이 가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사랑을 배운 적이 없는데, 우리는 이미 이미 사랑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가 그어놓은 평범함이란 선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가슴속에 사랑을 묻는다 펼쳐 보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시작하지도 못했기에 더욱 애절하다,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다. 해야만 하는데 할 용기가 없었을 테다. 

우리 모두가 그랬던 사랑이 있을 테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고, 그 시간이 생각들로만 가득 찬다. 아프라고 한 적도 없는데, 스스로 아파하며 가슴에 묻었을 테다. 아주 깊숙이, 다시는 찾지 못하게. 찾지도 않았는데, 상처는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기억이 좀처럼 옅어지지 않는 곳을 여전히 피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평범함에 다가설수록, 우리는 더욱 무뎌진다. 무뎌져야만 평범해질 수 있을 테니까. 사랑도 평범해질 수 있을까? 평범한 사랑도 있을까?


문득 가슴으로 했던 사랑을 곱씹어보았다. 머리로 아무리 누르려고 해도 감정이란 놈은 자꾸만 삐쳐 나온다. 그리고 자꾸만 흘린다, 아니 흐른다. 그래서인지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남들에겐 그 사랑이란 놈이 보이나 보다.


 돌이켜보니 정말로 그랬었던 거 같다. 

조금이라도 빨리 보기 위해서, 급행열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어느새 나는 뛰고 있었다.

피곤할 법도 한데, 걷고 또 걸었다. 반대 방향의 열차를 타야 함에도 굳이 같은 방향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가도 옷을 갈아입고 그녀의 퇴근장소로 내달렸다. 마지막이 아니었는데도.

수 없는 생각들에 혼자 휩싸이다가도, 뭐 해? 란 문자 한 통에 나는 세상을 얻은 듯했다.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수 백번, 수 천 번 연습한 고백은 뚝딱거리며 아주 어설픈 한마디로 튀어나왔다.

비가 오는 날을 그렇게도 싫어하는데, 작은 우산에 비를 맞으면서도 미소 지었다.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은 그래서 감출 수가 없나 보다. 아무리 입은 아니라고 말해도, 몸이 그렇다고 말해주니까.

평범해지기 전의 나의 사랑은 그랬다. 그래서 그 사랑이 그 끝을 보일 땐, 너무나 아팠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사랑이 끝나기 직전에 가장 아팠다. 영원하지 않은 이별은 없을 테니까.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이별해야만 하기에 더더욱 아프다. 사랑은 준비되지 않는다. 불쑥 찾아왔듯이, 불쑥 떠나고 만다.  


시간이 훌쩍 흘렀음에도, 여전히 기억을 끄집어내기엔 내겐 너무나 부담스럽다.

그때의 그 시간을 혹여나 그리워할까 봐서.


가진 것 없는 내가 평범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 동안 사랑도 시간도 떠난다.

영원할 것 같던 순수는 말도 없이, 기약 없이 나를 떠난다. 


주고 싶은데 줄 수 없으니, 그저 주저했을 뿐인데. 사랑이란 놈은 주저 없이 떠난다.


 불안한 마음에 자꾸 돌아본다. 자꾸 바라본다. 붙잡으려 할수록 달아나려 한다는 걸 우리는 아파봐야만 알  수 있다. 사랑은 붙잡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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