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보고 난 후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들
불안한 마음에 자꾸 돌아본다. 자꾸 바라본다. 붙잡으려 할수록 달아나려 한다는 걸 우리는 아파봐야만 알 수 있다. 사랑은 붙잡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2)
지난 사랑들의 흔적들을 그래서 곱씹어 보았다.
가진 것 없던, 준비되지 않은 나의 옛 모습에서 종현(극 중 경찰공무원준비생)을 보았다.
그리고 조금은 평범해진, 지금의 내 모습에서 나는 상수도 (극 중 은행원) 볼 수 있었다.
나는 왜 변한 걸까?. 사랑이 변한 걸까?
사랑은 나이와 관계없지만, 사랑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나이로 구분되기도 한다.
아니다, 저 마다 각각의 사랑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또한 나의 나이를 가늠케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엔 사랑에 얼마나 '떨리는지'에 따라 구분되는 것만 같다.
주고 싶은데 가지고 있는 게 없다. 줄 수 있는 건 이 마음뿐이다. 다 주고 싶은데, 전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마음의 방이 텅텅 다 비워진 탓에, 말 한마디에도 행동 하나에도 삶이 흔들리듯 떨린다.
문자 한 통에 웃고 울던 언젠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텍스트 하나에도 그렇게 설렐 수가 있었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떨린다 그리고 설렌다. 온 마음이 그녀에게 향하고 있으니. 사랑이 전하는 떨림에 질식할 것만 같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불렀고, 사랑이라고 기억했었다. 마치 영원이라도 할 것처럼.
설렘이 영원하다면 우리는 설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설렘이 영원하다면 그건 행복일까?. 영원한 설렘은 사랑일까? 아님, 행복일까?. 설레고 떨리기만 하는 사랑이 어디 있나. 근데도 우린 여전히 그 떨림과 설렘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사랑 앞에선 단순해지니까. 그 누구에게나 말이다.
영원을 약속하는 사랑만큼 우스운 게 없다. 나는 그래서인지 사랑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언제나 망설였고 주저했다. 그게 마음이건 말이건 구분 없이.
"좋아하는 것에도 책임이 따른다"라고 상수는 말했다.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닌데, 단지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책임을 느낀다니. 상수의 사랑은 종현의 사랑과는 조금 달랐다. 상수는 종현 같은 사랑을 해본 적이 없을까?. 종현과 상수의 사랑을 구분하는 건 결국 시간일 테다. 어떤 시간이 내게 있었는지, 어떤 사랑을 몸이 기억하는지 말이다.
근데 사랑은 공평하다. 사랑의 기억이 마음의 방에 하나, 둘씩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알게 된다. 사랑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를. 사랑받는 게 얼마나 감사한 건지를. 어릴 적의 우리는 이런 사랑을 알 수 있을 리 없다. 이런 사랑을 안다는 건, 세상을 흔들었던 그 설렘보다 훨씬 더 아팠다는 말일테니까. 그런 아픔을 안고 살 순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주저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게 아닐까. 사랑 앞에 주저한다는 건, 사랑이 뭔지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랑에 용기가 필요한 걸까? 주저 없음은 용기일까?
답을 아직 알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한 발치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소경필은 첫사랑이자 전 여자친구인 박미경을 바라본다. 그리고 속이 없는 사람처럼 군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여전히 사랑하기에, 그녀를 바라본다는 것을. 다가가면 영원히 잃을지도 모를 테니.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는 주저할 테다.
(3)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