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정리, 연애 전 세탁 필수
나에게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어렸을 때는 이런 ‘아우라’가 싫었다.
괜히 사람들이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가끔은 너무 깊은 이야기까지 흘러나와
감당이 어려울 때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 분위기를 꽤 잘 활용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
소개팅 같은 곳에서는 묘하게 진가(?)를 발휘한다.
그 사람의 성격, 습관, 생활, 심지어 과거 연애 이야기까지—
생각보다 금방 털어놓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이야기 대부분이 ‘과거의 사람’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잘 몰랐다.
그냥 지나간 이야기를 하는 건가 했는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사람 아직 세탁 중이구나.
마치 누군가가
빨래를 하다 만 손으로 나를 만지는 느낌이었다.
표정 사이사이, 말끝마다
아직 헹궈지지 않은 감정의 거품이 남아 있었다.
나는 햇볕 아래에서 잘 말리고,
뽀송하게 다린 마음으로 나왔는데—
그 사람은 아직 미지근한 세제물에 손을 담근 채
나에게 다가온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잘 세탁되어 햇살에 말린 감정,
잔향 없이 정리된 마음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지난 연애의 얼룩은 잘 빨래하고
충분히 헹구고, 말리고, 다림질까지 한 다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물론, 누구나 삶의 얼룩은 있다.
하지만 그걸 상대방에게 들이밀며
“아직 얼룩이 다 안 빠져서 젖어있는데 괜찮죠?”라고 묻는다면,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장마철빨래 같잖아..)
뽀송뽀송하고, 향기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