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통과하는 일

실패는 필수 조건이다.

by Karin an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전에도 비슷한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책은 사업보다는 장사에 도전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통찰이기보단

세상을 탓했고, 주변을 원망하며 끝났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누굴 탓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적고 있었다.
그때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듯,
묵묵하게 삶의 진흙탕을 통과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 기록에 앞으로의 수정할 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몇 줄씩 덧붙여 있었다.


10여 년간의 스타트업의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보니

순식간에 끝난 한 권 동안 나의 운영일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덮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의 이야기가 묘하게 나의 이야기 같았다.

우리는 실패에 대해 인색하다.

그래서 실패를 드러내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완벽성을 추구하고 실패를 최대한 숨겨야 미덕처럼 여기고

훌륭한 사람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애초에 시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실패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나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 비난하던 사람들이 스쳐 지났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라고 이야기하던 사람들도 스쳐 지났다.


그러나 난 여전히 실패나 실수에 대해 창피해하지 않는다.

실패를 통과해야 성장하는 내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인간이기에 실패와 실수가 있지 않은가? 오히려 반복하는 실수나 실패는 통찰의 시간이다.

나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번 실패를 통과하며 살아왔으니까.


나는 어쩌면 ‘무용으로 실패한 사람’이다.
무용수로서는 체격이 조건에 맞지 않았고,
안무가로서는 재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몸을 다쳤고, 조교로 일했지만 대학과 단체의 흐름 속에 녹아들지 못했다.

사회생활실패 이기도 했다.


예술교육사업도 했지만,
‘지속성’이라는 단어 앞에서 자주 멈춰 섰다.

그 시절의 나는 ‘실패’라는 단어에 짓눌려 있었다.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지 못한 사람,
결국 버텨내지 못한 사람으로 남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실패들이 모두 나를 ‘지금의 나’로 데려온 여정이었다.

몸을 다치지 않았다면, 나는 움직임의 본질을 몰랐을 것이다.
예술의 구조에 갇히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몸의 철학’을 전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패는 나를 꺾은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피어나게 만든 힘이었다.


사랑과 인간관계도 그렇지 않은가?
상처받고, 오해하고, 놓치고, 다시 배우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 여정 속에서 나는 사랑을 ‘소유’가 아닌 ‘포용’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가족의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나
사랑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건,
그 모든 연애와 우정 등의 인간관계 실패의 통증을 통과한 뒤였다.


이제는 안다.
실패가 나를 완성시키고 있다는 걸.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안에서
가장 단단한 나를 만났다.


불안과 결핍, 좌절의 시절이 지나야
비로소 내 안의 ‘진짜 나’가 보였다.


우리는 매일 작게 무너지고, 다시 일어난다.
그게 삶이다.


아름다움은 실패의 반대편에 있지 않다.
실패를 통과한 자리, 그제야 통찰과 성장을 가지고

다음으로 가는 고요한 자리에 피어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실패를 통과해 왔나요?
그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당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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