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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마리 Oct 25. 2021

용두사미형 인간의 노오력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를 마치고

나는 전형적인 용두사미형 인간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겨보는 것, 투지를 불태우는 것은 내 전문 분야지만 그 실행과 투지가 맥 끊기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은 나의 약점이자 잘 안 되는 분야이다.


그런 내가 두 번째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기로 결심했다. 계기는 '스여일삶' 커뮤니티의 '브런치 빡쓰' 온라인 모임이었다. 한 달 동안 빡세게 글 쓰고 브런치북 출간에 응모하는 모임. 브런치에 꾸준히 글 쓰는 것은 늘 내가 달성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기 때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3만 원의 회비를 내고 1만 원은 모임 참여 비용, 2만 원은 10개의 글을 묶어 브런치북을 만들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면 환급받을 수 있는 디파짓이었다. 10월 말이 응모 기한인 출판 프로젝트에 브런치북을 응모하기 위해 9월 말부터 모임은 시작되었다.



데드라인은 사람에게 늘 모티베이션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그 데드라인이 가깝지 않은 이상 사람에게 게을러질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처음 모임 단톡방에 초대되었을 때는 여유를 부렸다. '나라면 충분히 하루에 몇 편이라도 쓸 수 있어.'라며 또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기도 했다. 올봄 처음으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을 때 고전했던 나의 경험은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 것과 매한가지처럼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다.



10월 1일, 프로젝트에 응모할 브런치북 목차를 만들었다. 10월 말이 응모 기한이니 딱 적절한 스타트라고 생각했다. 이틀에 한 편 정도만 써도 10편을 훌쩍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현생에 치이다 보니 10월 첫 주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10월 초에 몰려있는 2주 연속의 3연휴도 한몫을 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내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것은 10월 10일, 프로젝트 응모 기한이 2주 남았을 때였다. 연휴의 중간, 문득 이대로는 또 처음 응모했을 때처럼 벼락치기를 할 것을 직감한 나는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웠다.

온라인 모임 단톡방에 연휴가 끝나는 10월 12일부터 10일간 10편의 브런치 글을 작성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리고 줌(zoom)으로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글 쓰는 시간을 화상 미팅으로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평소에 내 할 일을 선언하거나 공유하는 것에 서툰 사람이다. SNS를 통해 매일 인증을 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목표를 거리낌 없이 공표하고 과정을 공개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낯간지럽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나의 장벽을 허무는 작업과 브런치북 프로젝트 응모라는 같은 목표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기대어 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10월 12일부터 오후 8시에 줌(zoom)을 켜고, 아무도 안 들어오더라도 회의실을 계속 열어놓고 한 시간 동안 매일 글을 썼다. 회의실에 아무도 없더라도 내가 내 얼굴을 보고 글을 쓰자니 마치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집중하게 되었다. '브런치 빡쓰' 모임에 참여하고 있던 분들은 모두 다른 직업, 환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육아 때문에 혹은 야근 때문에 매번 줌(zoom)에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은 없었지만, 10일 동안 3일, 모임의 다른 분들이 함께 글 쓰는 한 시간을 공유해주었다.

10일간의 챌린지를 캡처로 남겨보았다.


단톡방에 선언한 것도 있으니 하루라도 글 쓰는 것을 거를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하루에 글을 한 편 완성하지 못하면 그다음 날 써야 하는 글이 2개가 되고, 마감일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리스크를 안고 남은 2주를 보내기 싫었다. 말한 건 그대로 실천해야 적성에 풀리는 성격인 나는 매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줌(zoom)을 켜고 9시가 되면 줌(zoom) 회의실 캡처를 떠서 단톡방에 공유했다. 그리고 한 시간 안에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당일 혹은 그다음 날 아침까지는 글 한 편을 단톡방에 공유했다.



그렇게 10월 21일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서둔 이유 중 하나는 내 생일이 10월 22일이기 때문이었다. 한 살을 더 먹는 시점에 또 언제나의 나처럼 마감기한에 벼락치기하듯 끝내는 내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았고, 내 생일날에 머리를 쥐어 싸매며 글을 쓰고 싶지도 않아서였다.

나는 10편의 글을 완성했고, 원래 발행했던 한 편의 글을 합쳐 11편의 글로 브런치북을 완성했다. 10월 21일에 마지막 글을 완성하고, 생일이 지나 10월 23일,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응모 기한이 하루 남은 날,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마감기한  전에 마감할  있는 상쾌함이란.

https://brunch.co.kr/brunchbook/marieinestonia

10일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나의 두 번째 브런치북.



용두사미형 인간인 나는 꽤 높은 확률로 그랬다. 시작은 원대하나 끝은 창대하지 못하고 어느샌가 자연 증발해버리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도 시도는 해봤으니까.'라고 위안을 삼았던 일들이 많았다.


10일간 10편의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행위가 나에게 준 멋진 교훈이 있다.

'끝까지 간다.'



글은 끝까지 쓰지 않으면 발행할 수가 없다. 결론이 없는 글의 마지막 부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없는 글의 끝맺음은 미완성인 채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찝찝한 기분만 안긴 채 글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용두사미형 인간인 나에게는 글의 끝맺음이란 늘 어려운 일이었다.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쭉 적다 보니 결국에 내가 적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기 십상이었고, 내가 쓴 글을 몇 차례 처음부터 읽기만 하다 몇십 분을 보낸 적도 있다. 그러다가 글 쓰는 것이 지겨워지고 머리가 지끈지끈해 오기 시작해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버린 글이 몇 편인지 모른다.


작가의 서랍에서 녹슬고 있는 글들은 글로서의 역할을 다해내지 못한다. 글을 쓰는 순간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글로 표현할 수 있지만, 마지막 끝맺음을 장식할 메시지가 없는 글은 나의 낙서이자 내 자기만족에 불과할 때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글을 붙잡고 꾸역꾸역 끝맺음을 지어 준 글들은 발행되어 누군가에게 읽히고 메시지가 전달되고 나도 그 글을 회고하며 내 생각들을 객관화할 수 있다. 그래서 글의 끝맺음은 필연적인 것이다.



용두사미형 인간인 나는 10일간 노력했다. 이 기간만큼은 내가 응모하는 브런치북만큼은 내가 쓰는 글만큼은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용두용미가 될 수 있도록 글을 끝맺고, 브런치북을 엮고,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글 쓰는 행위로 끝맺음의 중요성을 알게 된 나는 용두사미형 인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발자국 발걸음을 뗀 것이다.

그래서 한 편의 글을 끝맺어 완성하는 것은 용두사미형 인간인 나에게 한 땀 한 땀 용비늘을 꿰붙이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내 꼬리도 용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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