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이야기
악플이 참 무서운 것이라는 걸 기사를 보며 느낍니다. 나를 지칭하는 댓글이 아님에도 내가 속한 집단을 비방하는 댓글에서 속상하고 우울하고 답답함을 느끼는데 나를 말하는 글을, 그것도 비난하는 글을 보면 얼마나 서글플지 감히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네 일상이 많이 변해버린 지금, 교사로 생활하는 데에도 이따금 고된 마음을 갖게 될 때가 많았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일부의 말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아프게만 합니다.
오늘을 위해서 제가 속한 학교에서는 참 많이 회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밖에서 보면 별거 아닌 것 가지고도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등교 개학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 선생님들 각자가 고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7시 30분 전에 열감지 카메라와 비접촉 체온계 담당 선생님들은 제 자리에 위치하고 일방통행을 안내하기 위해 운동장에 선을 그리고 그 선마다 선생님들이 서있었습니다. 반가움을 표현하기보다는 거리 유지하라고 소리치면서 말입니다.
수업 중에는 KF-94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50분을 수업해야 하는데 숨이 막혔습니다. 마스크에 조금만 틈을 줘서 공기를 마시고 싶을 정도로요. 아이들은 눈만 보여서 비장함을 넘어 무섭기도 했습니다. 누가 대답하는지도 잘 보이지가 않아서 칭찬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간만에 만나는 아이들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저도 이런데 친구들끼리는 어땠을까요? 쉬는 시간마다 전쟁통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늘은 단축 수업을 해서 아이들이 점심을 안먹었다는 것입니다. 내일이 진짜라서 더 두렵습니다.
우리 학교 보건 선생님은 대단하셨습니다. 경험하지 못해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하루 걸러 바뀌는 유증상자 지침에도 흔들림없이 담임 교사들에게 안내를 해주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압니다. 해야 할 일임도 잘 압니다. 그러나 의무와 책임만 던져지고 보호는 없는 상황이 두렵습니다. 학년을 걸쳐서 수업하게 되는 교사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고2, 3 수업을 하며 고2 담임을 맡은 저는 다음주가 두렵습니다. 고3 수업이 1교시에 있는데, 우리반 아이들의 건강상태 자가검진 독려는 누가 해줄까요? 9시까지는 완료해야 하는데, 말 잘 듣는 우리반이지만 2, 3명은 전화로 깨워줘야 일어납니다. 그마저도 통화가 안되어 부모님께 전화하는 판이지요. 학년을 걸쳐서 수업하는 것의 문제점은 또 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아이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교육을 하려고 해도 다른 학년 건물에서 우리 학년 건물로 오는 게 단박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강으로 수업하면...정말 많이 힘듭니다. 여태 놀았으니 이제 일 좀 하라는 말은..곧 이런 주제에 대해서도 고심했던 바를 글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분명한 건 노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놀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며 이런 나뉨은 어느 조직에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두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지요.
높으신 분들의 큰 그림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파악하고 현장 중심의 지침이 내려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 대입 준비를 위한 현실적이며 세부적 지침이 속히 내려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미 회의가 진행되고 있겠지요? 하도 뉴스로 먼저 접해서 조급해졌나 봅니다. 구성원을 갈아서 결과를 내는 일은 21세기에는 없기를 바랍니다.
조심스럽게 하루하루를 밟아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