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 변관식 & 지훈 조동탁
눈 오는 날에 - 조지훈
검정 수묵 두루마기에
흰 동정 달아입고 창에 기대면
박넌출 상기 남은 기운 울라티 위로
장독대 위로 흰 눈이 나려 쌓인다.
내 값진 보람과 빛나던 자랑을 남김없이 불 사르고
낙엽처럼 무념히 썩어가며는
이 허망한 시공 우에 내 영혼 가까이
꽃다발처럼 꽃다발처럼 하얀 눈발이 나려 쌓인다.
마음 이리 허전한 날은
절망이란 외려 내리는 눈처럼 포근하고나
(원문과 다르게 시어를 생략 또는 변형한 곳이 있습니다.
읊기 쉽게 나름대로 바꾼 것이니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