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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Nov 05. 2024

김금희 작가

소설, 가장 온유한 해방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한 도서관에서 소설가 김금희 작가님의 북토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2009년 한국일보를 통해 등단하여 15년 차 소설가로서, 지금까지 12권의 책을 펴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해 왔다. 최근에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는 장편 소설을 발표하며 사회적인 문제와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탐구하고 있다.


북토크의 주제는 소설을 통한 온유한 해방이었다. 김금희 작가님은 ‘온유하다’라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를 탐구하며, 부드러움, 온화함, 겸손함 등 여러 단어들을 통해 그 깊이를 설명했다. 그녀는 작가로서 단어에 대한 욕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미묘한 차이를 소중히 여긴다고 했다. ‘온유하다’와 비슷한 단어들을 찾아보며, 각 단어들이 가진 독특한 뉘앙스와 의미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었다.


어린 시절 그녀는 책을 통해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가정의 불화로 인해 불안하고 긴장된 마음을 안고 살았지만, 책은 그녀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어른들의 얼굴을 피하고 싶었던 그녀는 책 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이야기의 힘을 통해 위로를 받고, 다른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 <식물적 낙관>에서 식물을 돌보며 얻은 깨달음을 공유했다. 식물은 자기 상태에 대한 미움이나 비난이 없으며,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 자라난다. 그녀는 베고니아를 돌보다가 부러뜨린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을 억지로 통제하려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 순간 그녀는 어떤 해방감을 느꼈고,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는 삶의 방식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녀의 작품 <복자에게>에서는 주인공들이 상처를 마주하고 해방되는 과정을 그렸다. 제주도 가파도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두 아이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며, 해방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 준다.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는 인간관계에서의 소통과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극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마주 보고, 말없이도 소통할 수 있는 순간을 그렸다. 그녀는 책이 독자에게 판단하지 않으며, 온전히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래서 독서는 우리에게 온유한 해방의 순간을 선사한다.


북토크 중 그녀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글을 인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너무 쉽게 드러내지 않고 내면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것이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길이며, 자기 자신을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글을 읽는 독자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펭귄을 관찰한 경험을 공유했다. 펭귄들이 바다로 나가기 위해 파도를 넘는 모습에서, 우리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생존의 노력을 보았다. 자연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자기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고 한다.


북토크를 들으며 나는 온유한 해방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을 읽고, 자연을 경험하며, 타인과 진정한 소통을 할 때 우리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온유한 해방을 맛볼 수 있다.


나 역시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작은 실패에도 자신을 비난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김금희 작가님의 이야기처럼 식물이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듯, 나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책을 읽고, 자연과 교감하며,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어가고 싶다. 온유함이 가져다주는 해방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내 삶에 작은 변화를 시작해 볼 것이다.


김금희 작가님의 북토크는 단순한 문학 행사를 넘어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시간이었다. 그녀의 경험과 작품을 통해 전달된 메시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온유함과 해방,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아래는 너무나 소중했던 질의응답 시간.


질의응답도 많이 받아주시고 적극적으로 답변해 주시는 작가의 모습에 다시 한번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이공계 출신으로 소설가를 꿈꾸는 청년이었다. 그는 김금희 작가님의 작품들이 현실적이고 몰입감 있게 느껴지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작가님은 자신의 경험이 작품에 녹아들지만, 그것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대학 시절에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나 일상에서의 감정들이 이야기적 필요에 따라 변형되어 작품 속에 담긴다고 했다. 그녀는 작은 일에도 크게 감정을 느끼는 성격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질문자에게도 깊은 감정 이입 능력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예 : 체스의 모든 것에서 감자튀김 논란)


다음으로 한 독자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으며 느꼈던 감동을 전하며, 작품 속에 담긴 신뢰와 믿음의 주제가 작가님의 생각과 일치하는지 물었다. 김금희 작가님은 나이가 들수록 인간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으려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세상에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 많고, 그 믿음을 버리면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이러한 신뢰와 희망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이는 그녀가 추구하는 ‘온유한 해방’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독자는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노트에 적어두지만 그 이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작가님은 자신도 중요한 부분에 표시를 해두지만 옮겨 적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공감했다. 책 선택에 대한 질문에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은 후에는 번역자나 출판사를 기준으로 새로운 책을 찾아본다고 답했다. 억지로 책을 읽기보다는 흥미로운 주제나 재미를 느끼는 방향으로 독서를 이어간다고 했다.


은퇴 후 글쓰기에 도전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한 독자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의 고통을 토로했다. 김금희 작가님은 마감 기한을 설정하고, 글을 쓴다기보다 이야기를 한다는 마음으로 구어체로 시작해 보는 것을 제안했다. 이는 글쓰기의 부담을 덜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실의 사건을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경애의 마음>은 동인천에서의 비극적인 화재 사건을 계기로 쓰게 되었고, <복자에게>는 제주도에서의 경험과 가족의 이야기가 녹아있다고 했다. 이러한 개인적인 연결고리가 작품을 쓰는 동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가장 애정을 가지는 캐릭터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산하’로,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과 긍정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인간의 불완전함과 불안정성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김금희 작가님은 작은 결점이나 실수로 사람을 평가하고 폐기하는 문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인간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그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생각은 현대 사회의 폐기 문화에 대한 그녀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일상에서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소설가로서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생각이 많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는 그녀의 작품이 다채로운 인물들과 깊이 있는 감정선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토크를 마치며, 나는 김금희 작가님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시선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나 역시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온유한 해방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신뢰와 희망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앞으로의 삶에서 나도 그녀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인간의 불안정성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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