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골프 연습장에 등록해서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다.
골프의 경력을 얘기하는 구력은 8년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중간에 쉬었던 기간을 제외하고 보면
열심히 연습한 기간은 3년이 될까 싶다.
아직도 필드를 못 나가봤다.
나가기에는 실력이 형편없다.
그저 실내연습장에 연습을 하거나,
가끔씩 지인들과 스크린골프를 즐긴다.
올해는 연습장도 거의 안 갔다.
그러다가 문득 형편없는 내 실력에 실망해서
연습장에 등록했다.
한 다섯 번 갔나.
내 몸에 맞는 타법을 깨달았다 싶더니,
다시 무너졌다.
이상하게 볼의 상단을 때리고 있어서
무릎을 구부렸더니 땅을 때리고 있다.
손목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아서
손목에 힘을 유지했더니 볼이 왼쪽으로 날아가서,
볼 위치를 움직였더니 볼 상단을 때리고 있다.
너무 팔의 회전으로만 치는 습관을 고치려고
몸 전체의 회전을 줬더니 볼이 멀리 못 날아간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잘 날리는데,
그렇지 못한 내 모습이 실망스럽기만 하다.
레슨도 무려 큰돈을 들여서 두 번이나 받았었다.
아쉽게도 두 번의 선생님은 나와 안 맞았다.
이쯤 되면 골프가 나랑 안 맞는가 싶은 생각도 든다.
독서와 글쓰기도 그런 것 같다.
누구나 익숙하지 않다.
인간은 동물이다.
그 어떤 동물도 읽고, 쓰는 행위를 하지 않으니
인간만 하고 있는 참 어려운 일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책을 읽으려니 고르는 게 우선 망설여지고,
기껏 골라냈더니 한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한 권을 읽고 싶다.
남들은 척척 읽어내고 요약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가 위축된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스마트폰을 켜서
자극적인 영상, 가십거리를 찾게 된다.
그러나 독서 근육에 힘을 줘서
한 페이지만 읽자,
두 페이지,
오늘은 열 장,
삼십 장.
이렇게 나아가면
어느새 독서를 즐기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글쓰기는 더 어렵다.
그러나 역시나
한 글자, 한 글자
단어에서 문장으로,
문장에서 단락으로,
타이핑을 하며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
어느새 글자 수가
10자,
100자,
1000자가 넘어가버리게 된다.
골프가 아무리 안 맞는다고,
그냥 포기하기는 싫다.
나의 속도로 천천히 볼을 때려야겠다는 생각이다.
어디 가서 구력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냥 초보자라고 하면 된다.
난 독서와 글쓰기에도 여전히 서툴다고 생각한다.
그저 천천히 읽어내고
천천히 써나가고 있을 뿐이다.
마치 장거리 달리기를 하듯..